[9차 촛불집회 이모저모] 곳곳에서 산타복장 참가자 등장… 연인들은 '촛불 데이트'

2016-12-25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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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전야인 지난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한 켠에 '박근혜 구속 트리'가 등장했다. 길을 지나던 '9차 주말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하나둘씩 모여 트리에 적힌 메시지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사진=조득균 기자]  

 

성탄 전야인 지난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은 '9차 주말 촛불집회'에 참여하기 위한 시민들로 가득했다. [사진=조득균 기자]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9차 촛불집회'가 성탄 전야인 24일에도 뜨겁게 타올랐다. 이날 주최 측 추산 60만 명의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웠고, 일제히 '메리 크리스마스'가 아닌 '하야 크리스마스'를 외쳤다.
영하권의 추운 날씨와 장기간 이어진 집회 피로감은 온데간데 없이 '촛불 민심'은 여전했다. 그야말로 성대한 축제를 방불케 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만큼은 엄중했다.

25일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에 따르면 9차 촛불집회 참가자 수는 서울 60만명, 지방 10만2000명이다. 경찰 측 추산은 서울 3만6000명, 지방 1만7000명이다.

지난 10월 29일 1차 촛불집회부터 이번 9차 촛불집회까지 참가한 연인원은 서울 708만명, 지방 184만7150명에 달한다. 전국적으로는 약 892만7150명이다. 퇴진행동 측이 오는 31일 또 한 번의 대규모 집회를 예고함에 따라 연인원 참가자 수는 1000만명을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 성탄 전야에 열리는 촛불집회인 만큼 다양한 문화행사와 퍼포먼스 등 축제 분위기로 진행됐다. 방송인 김제동의 만민공동회로 문을 연 사전행사는 가수들의 신나는 공연과 함께 전통 굿판·풍물놀이 등 전통문화가 어우러져 흥을 돋웠다. 일부 시민들은 광장 무대를 수놓은 콘서트를 즐기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탄핵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 광장 곳곳에는 낮부터 빨간색 옷과 모자로 분장한 시민 산타클로스들이 대거 등장했다. 광화문광장 인근 KT건물 앞에서 발대식을 가진 ‘청년산타’ 300여명은 산타 복장과 루돌프 모자를 착용하고 집회에 참가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건넸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과 산타 모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노란색 리본과 하야스티커 등은 모두 시민 기부로 마련됐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도 대통령 퇴진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 인근 교보문고 앞에서 산타 복장을 하고 시민들과 함께 프리허그 행사를 진행했다. 빨간색 산타복을 입은 표 의원은 이날 '박근혜 퇴진 9차 범국민대회'에 참가한 시민 한명 한명과 포옹한 뒤 포토타임을 가졌다. 포옹이 끝난 뒤에는 친필로 작성한 사인카드를 나눠주며 촛불시민을 응원했다.

○… 각종 패러디도 눈길을 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풍자와 해학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성탄 전야를 맞아 '메리 퇴진' '메리 하야 크리스마스' 등 그날 분위기에 맞는 피켓을 사용하고 구호를 외쳤다.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씨, 우병우 전 민정수석, 차은택 감독 등의 얼굴을 오려 붙인 영화 '친구'의 포스터를 인용하는 식의 패러디 물은 비롯해 각종 코미디 프로그램을 비슷하게 따라하며 집회를 이어나갔다.

○… 보수단체도 이에 맞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등 보수단체들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박 대통령 탄핵 무효를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인원은 주최측 추산 10만명, 경찰 추산 3000명이다. 집회 참가자들은 손에 태극기와 '탄핵무효' 라는 피켓을 들고 박 대통령을 옹호했다. 집회에 참석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박 대통령이 잘못한 것도 많지만 잘한 일이 더 많다"면서 "우리는 박근혜 팬클럽이어서 인기가 떨어져도 팬클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분위기는 들떴지만 다채로운 행사 속에서도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의 목소리는 엄중했다. 이날은 연말인 성탄 전야를 맞아 거리로 나온 가족, 친구, 연인, 집회 참가자들 모두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모두가 축제 분위기 속에 녹아들었고,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캐롤을 따라부르기도 했지만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할 때만큼은 장난기가 싹 사라지고 진지함을 감추지 못했다. 

○…  연인끼리 성탄 전날을 뜻 깊게 보내려는 촛'불 데이트'도 봇물을 이뤘다. 빨간색 커플 목도리를 하고 한 손에 촛불을 든 20대 직장인 커플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특별한 데이트를 하고 싶었다. 대통령 퇴진을 힘껏 외칠 수 있어 몸은 춥지만 마음은 따뜻하다"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열차로 광주에서 상경했다는 대학생 커플은 "지방에 있어 한 번도 참가하지 못했는데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서울을 둘러보고 집회에 참가하러 왔다"며 "더 뜻깊은 추억이 될 것 같다"고 부푼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 올 연말까지 광화문광장과 헌법재판소 앞은 탄핵을 둘러싼 시위로 긴장감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대통령 즉각 퇴진과 황교안 권한대행 동반사퇴는 물론, 헌재를 향해 신속하게 탄핵안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박근혜 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은 올해 마지막 날인 오는 31일에도 '10차 주말 촛불집회'를 이어갈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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