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초대형IB 육성과 골목상권 살리기

2016-12-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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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몇 년 전 '골목상권 살리기'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었다. 대형마트들이 급증하면서 동네 작은 가게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또 대형마트의 소규모 형태인 이른바 슈퍼슈퍼마켓(SSM)들이 동네 곳곳에 등장하자 자영업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대기업들이 시장을 모두 차지해, 작업 업체들이 설 곳을 잃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결국 시장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섰다. 대형마트의 새벽 영업을 금지했고, SSM을 포함한 대형마트의 의무휴무일을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 규제가 골목상권을 살리는 데 어느 정도 실질적인 효과가 있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지나친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제한하기 위한 노력 만큼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증권업계에 대해서도 지나친 대형화 추세를 우려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2017년 증권업계 최대 화두 중 하나는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의 등장이다. 

다만 우려스런 점은 초대형 IB 간 경쟁이 정부 주도 하에 이뤄진다는 점이다. 얼마 전 삼성증권이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354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자기자본을 4조원까지 늘려 초대형 IB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통합 미래에셋대우(6조7000억원), NH투자증권(4조5000억원), 한국투자증권(4조200억원), KB투자증권·현대증권 합병법인(3조9500억원·양사 자기자본 단순 합산) 외에 삼성증권까지 5곳이 초대형IB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정부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에 대해 어음 발행으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에 대출해 줄 수 있는 등 업무 영역을 대폭 확대해 주기로 했다. 기업을 상대로 한 외국환 업무도 허용할 방침이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증권사에는 종합금융투자계좌(IMA), 부동산담보신탁 업무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같은 초대형 IB 지원책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정부가 나서서 지나친 대형화를 유도함으로써, 되레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IB는 오래 전부터 거대 자본이 축적돼 자연스럽게 숙련된 인력이 모이면서 탄생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처럼 정부의 대형증권사 육성 정책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 아니다.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인위적으로 거대 투자은행을 육성하려는 정부는 없으며,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이 증권사 간 차별을 조장하고, 중소 증권사의 몰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노동계는 자본시장의 혼란과 대량 실직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대형 증권사만이 자본시장을 독점하면서 되례 자본시장이 활력을 잃게 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리고 이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화 되는 모습이다. 

올해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 일부 증권사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며, 소형 영업점 통폐합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무조건 글로벌 수준을 따르려다 오히려 탈이 날 수도 있는 법이다. 물론 내년부터 초대형 IB 경쟁은 본격 시작되므로, 정책 자체를 되돌리긴 어렵다. 

다만, 정부가 지나치게 대형사 중심의 지원책만을 쏟아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증권업계의 골목상권을 함께 살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업계가 발전하기 위해선 일부 선두권 업체만 성장해선 안 되며, 균형 발전이 필요한 것이다. 자본시장이 더욱 발전하기 위한 현명한 초대형 IB 정책이 실행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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