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등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탓에 만족할 만한 대응책은 나오지 않는데다, 내년 도널드 트럼프 미 신정부 출범으로 어려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비관세 장벽 제거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 함께 수출을 늘리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정부가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한국 겨냥 비관세장벽, 최근 4년간 2배
18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우리나라만을 겨냥한 비관세조치(non-tariff measures)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4년간(2008~2012년) 65건에서 최근 4년간(2012~2016년) 134건으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반면 전세계 비관세조치 건수는 4836건에서 4652건으로 오히려 3.8% 줄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견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유형별로 제품통관 위생검역(SPS)은 금융위기 직후 5건이었으나, 최근 4년간 19건으로 급증했다.
이어 반덤핑 관세는 금융위기 직후 4년간 57건에서 최근 4년간 105건으로 84.2% 증가했다. 상계관세 역시 3건에서 10건으로 늘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고, 특히 WTO(세계무역기구) 제소가 어려운 비관세장벽이 높아질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은 우리 기업의 자료를 인정하지 않고 가장 불리한 정보를 근거로 고율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다"며 "중국도 2014년 반덤핑관세를 부과했던 태양전지 원재료 폴리실리콘에 대해 추가 부과 목적으로 재조사를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한한령(限韓令)으로 한류산업을 규제하고 화학제품·전기차 배터리 등 품목으로 비관세조치 영역을 확장한 점도 우려를 키웠다.
특히 대한상의는 무역기술장벽(TBT) 대응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TBT 조치 건수는 2000년대초 4년간 2511건에서 최근 4년간 6373건으로 2.5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대한상의는 "선진국은 기술표준과 위생검역으로 후발국들이 충족시키기 어려운 비관세장벽을 쌓고, 신흥국은 일방적으로 수입을 금지·제한하거나 통관절차, 필요서류, 심사 등을 복잡하게 설정하고 있다"며 "정부가 비관세장벽위원회 등을 활용해 협정이행을 촉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보호무역장벽에 민관 공동대응한다는 정부…실효성은 '글쎄'
정부는 갈수록 높아지는 각국의 보호무역 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업종별 분과회의를 신설하는 등 민관과 함께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제2차 수입규제협의회'와 '제12차 비관세장벽협의회'를 차례로 개최했다.
관계 부처, 업종별 협회, 학계 전문가 등이 참석한 수입규제협의회에서는 철강, 석유화학, 섬유 등을 중심으로 대응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 업종들은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수입규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
참석자들은 수입규제협의회내에 업종별 분과회의를 신설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제소 동향을 파악해 신속하게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철강업계는 기존 규제와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법원 제소, 연례 재심 등을 통해 대응을 강화해 갈 방침이다. 화학업계는 가소제(DOTP) 등 진행 중인 반덤핑 조사에 철저하게 대응해 가기로 했다.
산업부는 내년 1월 국내 피소기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대응 매뉴얼 제작, 전문가 포럼 등도 마련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런 대응에 업계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린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 이후, 관계 부처가 중국 정부와 고위급 회의를 잇달아 개최하고 비관세장벽 완화를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얻진 못했다"며 "모니터링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실효성있는 대응이 나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 학계 관계자는 "FTA 확산뿐 아니라 협정문의 내용도 고민해야 할 시기"라며 "정부가 FTA를 새로 체결하거나 이미 체결한 FTA의 재협상을 할 때 비관세장벽 해소 조치가 협정문에 담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