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 인상은 일반적으로 신흥국 경기침체를 가져오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대(對)신흥국 수출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미 금리인상으로 달러화 강세가 심화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한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점은 호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이번 금리 인상은 이미 예견됐기 때문에 영향이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미국이 내년에도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인다면 우리나라의 수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 바닥 찍은 수출…11월 수출액 16개월 만에 최대
15일 관세청이 발표한 '11월 수출입 현황 확정치'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5% 증가한 454억 달러, 수입은 9.3% 늘어난 372억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액 규모로는 지난해 7월 이후 최대치다.
한국 수출은 지난 7월까지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8월 20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 그러나 다시 9월과 10월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달 플러스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대(對)중국 수출은 올해 최고액인 117억 달러를 기록, 17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한국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다가 경제성장률을 갉아먹는 존재로 전락해버린 수출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올 만한다.
◆ 신흥국 경기침체에 한국 수출 '비상'
한국무역협회가 이날 미 금리인상 직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화 강세가 심화돼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한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점은 수출에 도움을 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반면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신흥국 경기가 침체될 수 있어 수출 회복을 지연시킬 수도 있다.
무역협회는 "달러화 강세로 인한 원자재 가격 하락과 자본 유출로 중국, 중남미 등의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경우 신흥국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각국의 실물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고 글로벌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 우리나라 수출에서 신흥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7.1%(올해 1~10월 기준)에 달해 신흥국 경기가 타격을 받으면 한국 수출의 감소로 직결된다.
특히 석유화학, 자동차, 일반기계, 철강 등 최근 유가 상승과 신흥국 경기 회복의 덕을 본 업종은 금리 인상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경훈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이번 연준 발표를 보면 시장 예상보다 금리 인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되면 신흥국 경제가 받을 충격이 더 커질 수 있고 우리나라의 수출 회복에도 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내수 잡겠다는 정부…마땅한 단기부양 카드 있나
미국이 예상대로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한국경제 전반에 악재라는 관측에 대한 정부의 판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정부는 수출보다 내수 쪽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금융시장과 가계부채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적 수단을 구상하고 있다. 무너진 내수를 추스르고 수출 반전을 꾀한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오는 28일 나오는 2017년 경제정책방향도 이 같은 내용이 대폭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금리인상과 더불어 정치 이슈로 무너진 내수 시장의 충격파를 최소화하는 부분을 의식한 셈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1분기 재정보강 일환으로 재정을 조기 집행하고 에너지 신산업 등 공공기관 투자를 확대하겠다"며 "고용을 확대하고 저소득층 소득을 확충하는 한편 전반적인 소비를 활성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데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 불안심리를 차단하는데 내년 경제정책의 중점을 두겠다”며 “미국 금리인상 이후 대외신인도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 내년 1월 미국에서 한국경제 설명회(IR)도 열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에서 내년 경기부양을 위한 단기부양 카드로 무엇을 선보일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이미 쓸만한 단기부양책은 다 나왔기 때문에 시장의 기대치가 낮아진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확장적 재정집행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금리인하 등 정부와 보조를 맞추지 않으면 반쪽짜리 정책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분석이다.
벌써부터 미국의 내년에 예고된 2~3차례 금리인상 속도에 눈과 귀가 쏠린다. 상반기에 금리인상 여파가 커지면 내수정책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은 이미 국내 금융시장 등에 선반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미국이 내년 이후 몇 번이나 더 금리를 올릴지가 관건"이라고 경계했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볼 때 미국이 가파르게 금리를 올릴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며 "그렇다고 정부가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단기부양책보다는 구조적 취약부문과 가계부채 등 과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