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차세대 휴대전화에 적용될 5G 무선통신을 둘러싼 전 세계 통신업체 간 기술개발 경쟁이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하다. 특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한국과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국 일본,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중국 등 한·중·일이 올림픽을 계기로 기술 선점에 나서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내년 말부터 5G 기술제안에 들어가 2019년 기술평가를 거쳐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삼았고, 이에 따른 국제표준화단체 3GPP의 5G 기술표준화 논의가 내년부터 본격화된다. 5G 기술표준을 누가 선점할지 결정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선 기업이 KT다. KT는 3GPP의 국제표준 일정보다 18개월 빨리 ‘평창 5G 규격’이라는 별도 기술표준을 제시해 글로벌 통신업체들이 이를 수용하도록 황창규 KT 회장이 전 세계 통신업체를 돌며 ‘5G 외교’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5G 외교‘를 이끄는 황 회장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의혹 관련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청문회 증인 명단에 올리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5G 외교‘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이다.
그동안 KT에게 제기됐던 차은택 인사청탁과 광고 몰아주기 의혹은 검찰조사와 소명을 통해 모두 드러났다. 그 뒤로 추가된 의혹은 없다. 그런데도 국회는 기업인들을 청문회 증인으로 불러 ‘망신주기’를 재연하려 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증인으로 불러 확인해야할 특별한 의혹도 없는데, 5G 국제표준을 획득하기 위한 ‘5G 외교’를 진두지휘하는 수장을 불러 공개적 망신을 준다면 한국의 5G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쟁 국가에게 이를 저지할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 관계자도 “KT가 5G 기술표준을 선점한다는 것은 우리가 원천기술을 획득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원천기술를 획득한다는 것은 국가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일인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의혹들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토를 달 생각은 없다. 의혹이 있다면 출석을 요구해 심문해야 한다. 하지만, 더 이상 파헤칠 의혹도 없는 전문 경영인을 불러 망신을 주고 기업 신뢰도를 떨어 뜨린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증인 출석에 '마녀사냥'식 재단(裁斷)을 지양하고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청문회 자리가 이미 밝혀진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기업인에게 호통치고, 막말을 퍼부어 국제적 신뢰도와 국민적 반감을 키우는 자리로 흘러서는 안된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이제는 경제라고 강조했다. 국회도 잘 알고 있다. 정치인들이 기업을 대신해 글로벌 시장에서 싸워줄 것이 아니라면, 애꿎은 기업인까지 불러 의혹을 침소봉대해 과도하게 스스로의 경제 발목을 잡을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