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요즘 같은 불경기에 신입은 커녕 자리 안 빼면 다행이죠. 아직 내년 채용계획은 확정된 게 없지만, 회사가 전시 상황이라 적어도 늘지는 않을 겁니다.” 한 대기업 인사 관계자는 내년 채용시장에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우려됐던 ‘고용절벽’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8%대로 치솟은 청년 실업률은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기업은 저마다 내년 신규 채용을 줄일 태세다.
탄핵 정국에 경기마저 얼어붙으며 내년부터는 새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기는 커녕, 기존 일자리마저 기약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내년 실업률이 2001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한국노동연구원의 보고서는 전망이라기보다 현실에 가깝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실업률은 8.2%로 같은 달 기준으로는 2003년 11월(8.2%) 이후 가장 높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 준비자와 입사시험 준비자 등 사실상 실업자를 고려한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 3)은 9.9%까지 올랐다.
여기에 내년 초부터는 졸업·취업시즌을 맞아 상당수 청년이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여 실업률은 더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은 ‘2017년 고용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실업률이 3.9%로 올해(3.7%)보다 높고, 2001년(4.0%) 이후 가장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용을 뒷받침하는 제조업 취업 상황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더욱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0만2000명 감소했다. 지난 7월부터 시작된 감소세가 5개월 연속 지속되는 것이다. 10월(-11만5000명)에 이어 두 달 연속 10만명대 감소를 보였다.
제조업 취업자가 2개월 연속 10만명 이상 줄어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8∼9월 이후 7년2개월만에 처음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업은 채용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최근 한 취업포털이 기업 378곳을 대상으로 내년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정규직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기업은 60%에 그쳤다. 올해 초 신입 채용 계획을 밝혔던 기업(70%)보다 더 낮아진 것이다.
정부도 △미국의 금리인상 △트럼프 신 행정부 출범 등 대외 불확실성 △기업 구조조정 △경제심리 위축 등 고용시장의 하방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고 봤다.
이를 의식한 듯 정책당국도 내년 일자리와 민생 관련 예산집행을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순 일자리 수만 늘리는 사업은 오히려 실업률을 부추기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재민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인턴 등 질 낮은 일자리가 많이 늘수록 취업과 함께 실업도 잦아져 실업률이 높아질 수 있다”며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노력과 동시에 정규직 전환 등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