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소년이 온다'를 출간했을 때부터 내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하더라. 5·18이 아직 청산되지 않았다는 게 가장 뼈아프다."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46)은 지난 13일 광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치유의 인문학' 강좌에서 최근 논란이 불거진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요즘 이런저런 일들로 마음이 매우 아프지 않았냐"며 "1980년에도 평화적 염원을 가진 사람들이 일어나 서울의 봄이 왔지만 군부가 집권했다. 이번이 기회가 돼 (우리 사회가)제대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특강은 '그러나 글을 쓴다는 것'을 주제로 열렸으며, 한강은 자신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한 구절을 읽으며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내 고통의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 쓰면서도, 쓰고 나서도 악몽을 꾸고 고통스러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읽으면서도 고통스럽다는 분들도 있었다"며 "그 고통의 원인은 우리가 인간을 사랑해서 그런 것"이라고 덧붙였다.
책에 나오는 주인공의 이름이 아직도 가슴 속에 남아 있다는 그는 "소설을 쓰고 나서 삶이 조금은 바뀐 것 같다. (5·18을)쓰기로 선택했기 때문에 삶의 한 부분으로, 껴안고 가야 하는 몫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한강은 이스마일 카다레의 에세이도 언급했다. 그는 "카다레가 탈고 후 버스에서 전쟁 뉴스를 듣고 '다 죽겠구나'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물을 흘리고 있어 '아, 내가 인간을 사랑하고 있구나'라고 깨달았다고 한다. 그 에세이가 나를 구해준 기분이었다"고 술회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참혹함을 딛고 존엄, 사랑으로 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면서도 "조금씩 애쓰면서 더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계속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