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탄핵' 주도권 쥔 野, 리더십 보여줄까

2016-12-1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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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7차 주말 촛불집회가 1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려 시민들이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9일 가결되면서 여소야대 국회에서 국정 운영의 한 축인 야 3당의 정치력에 '포스트탄핵'의 순항 여부가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와 맞물려 사실상 조기대선 국면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야권이 정략적 셈법에 매달릴 경우 국정 혼란이 조기 수습은커녕 오히려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동시에 제기된다.

일단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우선 12일부터 30일간 임시국회를 소집해 정국 수습에 나서기로 합의하는 등 발 빠르게 공조하고 있다. 또 여·야·정 정책협의체 구성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집약된 한국 사회의 적폐 해소에도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정 공백 등 혼란을 수습하는 면모를 부각하며 수권 정당의 입지를 다진다는 전략 기조가 깔렸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대통령이 권한 정지된 이상 집권당이란 존재할 수 없고 따라서 여당과의 당정협의는 불가하다"면서 "이미 제안한 국회-정부정책협의체를 통해 국정 공백을 막고 상시 국정 보고 체계를 만들어 경제와 민생, 안보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정 협의체' 출범 가시화…주도권 쥔 野 리더십 보여줄까

김동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정치권이 탄핵에 몰입하는 동안 나라가 엉망이 됐다. 경제는 가계부채가 증가했고 수출도 2년 연속 감소해 위기에 처했다"면서 "위기를 시급하게 탈출하기 위해서는 여·야·정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모두 여·야·정 정책협의체 구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오는 12일 회동해 협의체 구성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협의체 구성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협치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 탄핵안 가결로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쥔 야당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다.

야권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국정 역사교과서, 한·일 위안부 합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개성공단 폐쇄 등 박근혜 정부가 여론의 반발 속에서도 강행한 주요 정책 현안에 모두 반대하고 있다. 여·야·정 정책협의체가 발족해도 정부·여권과의 극심한 대립이 불거질 가능성이 적지 않아 제대로 가동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뜻이다.

◆'경제 부총리' 교체 등 밀린 숙제도…조기대선 주도권 다툼 본격화

야권 앞엔 탄핵 이후로 미뤄뒀던 숙제도 산적해 있다. 야 3당은 황교안 권한대행 체제를 '박근혜 정부 2기'로 평가하면서도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새로운 경제사령탑으로 누구를 세울지를 두고는 아직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일 박근혜 대통령이 임종룡 현 금융위원장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임으로 내정한 이후 40일째 인사청문 절차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어 야권의 교통 정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유일호냐, 임종룡이냐'를 두고 내부 이견이 있고, 국민의당은 이날 안철수 전 상임 공동대표가 "민주당에서 적합한 경제부총리를 추천하면 따르겠다"며 민주당에 공을 던진 상황이다.

문제는 조기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야권 내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각 당 내부적으로는 대선주자별로 유리한 '경선룰'을 끌어내기 위한 암중모색이, 야권 간에는 주도권 잡기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날 "대선을 앞두고 야권이 탄핵에 힘을 합쳐온 것처럼 힘을 합칠 수 있을지, 주도권 경쟁이 벌어지지 않을지 우려된다"며 1월부터 야권 통합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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