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 기자 = 9일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면서 시민들은 '올바른 결정이다', '이 순간을 위해 촛불집회를 벌인 것' 등의 긍정적 반응을 쏟아냈다. 국민들은 한발 나아가 더 이상 절차를 진행하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진심어린 사죄와 즉각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강은희씨(50·종로구)는 "권력 게이트로 불리는 최순실씨의 비선·인사농단 등을 비롯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같은 탄핵안 주요 내용을 보면 헌법에 위배되는 사항이 수두룩하다"면서 "이외에도 대기업의 민원을 봐주는 등 각종 범죄행위는 그야말로 탄핵요건과 모두 부합된다. 국민이 선출한 의원들이 민심을 거스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노원구에 사는 황지희씨(45)는 "탄핵 가결은 정의로운 국민들의 힘이 민주적인 절차로 발현된 결과다. 여당이나 야당, 즉 정당에 구분 없이 정치권은 승패란 이분법으로 나뉘지 말고 여론을 겸허하게 수렴해 탄핵 이후 정국안정과 민생경제에 힘써야 한다"고 간절한 바람을 전했다.
직장인 안신길씨(44)는 "탄핵은 박근혜 대통령이란 개인에 대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민심은 주변 문고리 권력을 향해 대상자 모두가 준엄한 심판대에 오르길 기대한다. 이제 촛불에서 횃불로 번진 민심이 차분히 가라앉도록 특검은 관련 인물들의 죄를 속속들이 들춰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장선영씨(23)는 "우리나라의 국가 수반이 마지막까지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해 실망감은 극에 달한다. 그야말로 국민들을 배신한 것"이라며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보낸 세월호 7시간이 아직까지도 밝혀진 게 없는데 탄핵 이후에 그 실체가 드러나길 바란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이준상씨(47·중구)는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의혹의 몸통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데 주위 모두가 공감한다. 오래도록 국정의 마비 상황이 오고 있음에도 본인 잘못은 없다고 버티는 건 대통령으로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국가를 위한다면서도 박 대통령은 막상 자기 신상과 관련해 막장으로 행동하고 있다. 이것은 국가와 민족, 특히 아버지의 이름을 더럽히는 행동이 아닐까 싶다"고 꼬집었다.
이날 150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오후 2시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응답하라 국회 2차 비상국민행동' 집회를 열고 탄핵안 가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인간 띠'를 만들어 국회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는 한편 탄핵 가결 및 정권 퇴진을 외쳤다.
전날부터 시민들과 촛불을 들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퇴진행동은 이날에 이어 10일에도 '박근혜 정권 끝장내는 날, 안 나오면 쳐들어간다'란 주제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다. 주최 측은 지난 주말에 진행된 6차 촛불집회에 232만여 명이 모인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