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부동산시장과 그 적들

2016-12-0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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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HUG, 건설업체는 공범이다

 

 


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 상승 곡선을 그리던 서울 아파트값이 2년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강남 재건축의 경우 매도-매수 호가 차이가 최대 2억원 이상 벌어진 상태여서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8.25대책과 11.3 대책으로 이어지는 잇따른 부동산 규제 속에서 매수 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집단대출 추가 규제가 결정적인 냉매제 역할을 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부랴부랴 시장 점검에 나선다. 오는 9일과 14일 각각 중견건설사와 대형건설사 대표들을 만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고, 뒤늦게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시장의 감시자이면서 동시에 조력자다. 하지만 잘못된 개입으로 때때로 시장의 적이 되기도 한다.

연말 랠리를 기대하던 부동산 시장이 급랭한 데엔 몇가지 적들이 있다. 조력자가 돼야할 정부가 이번에는 적이다. 첫 번째 책임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다. 정부와 시장의 보조 기구 역할을 하는 기관의 월권도 부동산 시장이 고꾸라지는데 일조했다. 단기적인 실적에 급급해 밀어내기식 분양을 하는 기업들도 적이다.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고 청약 광풍에 뛰어든 수요자들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획재정부의 잘못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가계부채의 책임을 부동산 시장에 전가시킨다는 점이다. 진단에 따라 해법도 부동산 시장에서 나와야 하니 부동산 규제 대책만 양산되는 상황이다.

13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심각한 문제다. 매달 증가액 중에 80% 가량이 주택담보대출이니 절대 규모로만 보면 주택담보대출 증가 속도를 줄이는 게 가계대출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로 보일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선 손쉽게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인 것이다.

하지만 부채의 문제는 상환 능력, 다시 말해 부도 위험의 정도로 판단해야 한다. 2011년 가계 부채가 800조원을 넘어섰을 당시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구동성으로 주택담보대출 채무자는 대부분 소득 분위가 3, 4분위의 중산층 이상이어서 부도의 위험은 거의 제로(0)에 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4년 가계대출은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섰고, 그 이후 저금리 기조까지 겹치면서 지금은 1250조원을 넘어선 상황이다.

이제와서 부랴부랴 부채 규모를 줄이겠다고 나선 정부는 문제가 없다던 부동산 관련 대출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소는 최근 가계부채의 문제점으로 저소득층의 신용대출을 지적했다. 저소득층인 1,2분위의 생활비 사용 목적의 신용대출은 2012년 54.3%에서 지난해 61.6%로 급증했다. 일자리와 소득이 줄고 있는 가운데 경기부양을 위한 저금리 정책이 부도 가능성이 높은 저소득층의 신용대출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저소득층의 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들의 대출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게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다. 더 많은 행정력이 소요되고,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고 부동산 시장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기재부는 물론 금융당국과 적극 소통해야 한다. 가계부채 중 부동산 담보대출의 위험이 적다는 것은 국토부도 인식하고 있다. 강호인 장관은 11.3 대책 직후 경제지 데스크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부동산 담보대출은 부실화 우려가 거의 없다”고 했다.

준 정부 기구의 월권행위도 부동산 시장의 적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대표적이다. HUG는 청약시장 활성화를 위해 건설업체들이 십시일반으로 만든 보증기구다. 사업이 부도가 날 경우 수분양자의 원금을 보증해줘 수요자들이 마음놓고 청약에 나서게 하는 기구다. 지금은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준 공공기관이다.

11.3 대책 이후 HUG는 관련 제도들이 시행되기 전임에도 보증심사를 고의로 지연시켰다. 대책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관련법 개정이 마무리되는 11월15일까지 심사를 방치한 것이다.

정부 정책의 극대화는 정부가 신경 쓸 문제이지 HUG가 나설 일은 아니다. 더구나 시장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기구가 규제의 선봉에 서는 건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다.

쇠뿔도 단김에 빼란 식으로 분양 물량을 밀어내는 건설업체도 적이다. 건설업체들은 지난해 55만가구와 올해 45만가구 등 2년 동안 총 100만가구를 시장에 밀어내면서 청약 광풍을 조성하는 데 일조했다. 경영 실적을 보여줘야 하는 월급장이 사장 입장에선 자기 임기 동안 매출을 최대화하는 데 급급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하기엔 문제가 심각하다. 이미 공멸의 길로 접어든 상황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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