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보약같은 친구' 진시몬 "트로트의 매력? 있는 그대로의 삶이죠"

2016-12-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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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수 진시몬 [사진=몬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데뷔 후 28년간 단 한 번도 못해봤었죠. 매번 2~3위만 했어요.”

올해로 데뷔 28년차를 맞은 가수 진시몬의 첫 마디였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곡 ‘보약같은 친구’가 21주째 성인가요 차트에서 1위를 차지중인 그의 소감이다. 1989년 MBC ‘강변가요제’로 데뷔한 그에게 ‘보약같은 친구’는 그야말로 ‘보약’이었다.
“‘보약같은 친구’가 어르신들에게 큰 사랑을 받으면서 휴게소에서 많이 들리더라고요. 성인가요 차트에서 1등을 차지한 걸 보니 처음엔 무척 신기하고 새로웠어요. 그동안 곡 작업하고 묵묵히 음악만 만들었는데 이제 사랑받을 때가 왔나봅니다.”

‘보약같은 친구’의 탄생 비화가 궁금했다. 또 이토록 오랜 기간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저는 제목부터 생각하고 곡을 쓴다. 제가 과거에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을 맡은 적이 있는데 당시 청취자와 전화 인터뷰를 해서 노래하는 코너가 있었는데, 그때 참여해주신 어머니들이 재미있게 노래를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두 분이 어떤 친구사이에요’라고 여쭤봤는데 그때 청취자분이 ‘보약같은 친구에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느꼈죠. 어르신들에게는 보약도 좋지만 친구가 진짜 보약이구나 싶었죠. 그래서 성인가요와 잘 맞겠단 생각에 곡을 쓰고 가사를 썼어요. 많은 분들이 제 노래를 들으시면서 ‘가사가 공감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우리 어머니도 아침에 일어나시면 친구분에게 연락을 제일 먼저 하시더라고요.”

그렇다면 진시몬의 인생에 가장 ‘보약같은 친구’는 누구일까. 그는 “11년째 함께 일하고 있는 제 매니저다. 함께 먹고 자고 하다보니 정말 보약같은 친구가 되는 것 같다”고 오랜 기간 손발을 함께 맞추고 있는 매니저를 가리켰다.
 

트로트 가수 진시몬 [사진=몬엔터테인먼트 제공]


‘보약같은 친구’의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각종 행사와 해외 공연 문의는 쇄도하고 있는 상황.

“이제 시작인 것 같아요. 예전과 다른게 확실히 느껴져요.(웃음) 행사를 가도 어르신들 행사에 많이 가보게 되더라고요. 예전엔 ‘진시몬’하면 어르신들이 몰랐는데 이제는 제 이름만 들으셔도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웃음) 또, 캐나다 토론토, 필리핀 세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등 현지 교민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중국 길림성에서도 공연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요. 너무 즐겁습니다.”

더불어 가장 기억에 남는 해외 공연으로 자카르타 현지 공연을 꼽기도 했다.

“자카르타에 있는 국회의사당을 빌려서 공연했던 적이 있는데, 한국 교민들도 오지만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많이 오시더라고요. 특히 젊은 사람들은 한국 이야기만 해도 좋아하더라고요. 해외에 공연을 가면 국빈대접을 받죠.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사실 진시몬의 첫 데뷔가 성인가요는 아니었다. 그 시대 인기를 끌었던 대중가요로 이미 한 차례 큰 사랑을 얻은 바 있다. 그 배경에는 선배인 가수 김범룡이 있었다.

“김범룡 선배가 제 목소리를 들으시더니 ‘너는 세미 트로트가 어울리겠다. 바꿔봐라’고 조언해주셨었죠. 그래서 성인가요를 시작하게 됐어요. 원래 예전부터 제가 세미 트로트 장르를 좋아하긴 했거든요. 김수희, 조용필 씨를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장르 변경하는 데 큰 어려움도 없었고 편했습니다. 맞는 옷을 입는 듯 했죠.”

그리고는 트로트의 매력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삶”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사투리를 쓰든, 표준어를 쓰든 어울리는 장르에요. 세련되지 않아도 되는, 인간 그대로의 삶의 모습이잖아요. (웃음) 단어 제약도 안 받고요.”
 

트로트 가수 진시몬 [사진=몬엔터테인먼트 제공]


일찌감치 트로트의 매력에 빠진 진시몬의 뒤를 이어 최근에는 많은 젊은 가수들도 트로트 장르에 도전하고 있다. 그가 트로트를 시작할 때만해도 절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진시몬은 후배들의 이런 트로트 장르로의 도전을 보며 진심어린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해요. 젊은 친구들이 트로트 장르에 접근해서 자기 나름대로 트로트를 해석하고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젊은 대중들에게 외면 당했던 선배들까지도 부각되고 있어요. 사실 우리 같은 성인가요 가수들은 10~20대와 가장 멀잖아요. 그 사이에서 젊은 트로트 가수들이 우리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도 트로트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었다고 생각해요.”

젊은층들의 공략에도 성공한 트로트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은 있었다. 바로 방송 매체들에서 보여지는 트로트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진시몬은 이런 점을 꼬집었다.

“방송에 음악적인 장르의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천편일률적으로 아이돌 그룹들이 방송에 나오는데 예전엔 시청률 10%가 훌쩍 넘는 ‘가요무대’가 폐지설이 나돌기도 했잖아요. 그런데 아이돌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안 나와도 유지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방송계에서노 성인가요 가수들이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없애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시청자들의 다양성도 존중해줬으면 합니다. 방송에 안 비치거나 안 들리면 없어졌다고 생각하잖아요. 트로트가 알려지기 위해서는 방송의 역할도 굉장히 중요해요. 원로 가수들은 그런 무대가 생계인 경우도 많아요. 아이돌들도 세월이 지나면 우리와 같은 전처를 밟을텐데, 방송이 그런 중요한 역할을 해줬으면 해요.”

진시몬이 해야 할 역할이었다. 선배 가수들을 밀고, 후배 가수들을 끌어주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진시몬은 ‘보약같은 친구’로 1년, 약 52주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효 공연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기도 했다.

“52주 1위가 될 때쯤이면 내년 여름이 될 것 같아요. 그때는 하루 날 잡아서 가평에 있는 펜션을 빌려 ‘무료 3대 효 콘서트’를 진행하겠습니다. 어르신들을 뽑아서 자식과 그의 자식까지 참여하셔서 함께 공연하고 맛있는 것도 먹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해요. 그만큼 많은 분들이 제 노래를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웃음)”

데뷔 28년 만에 ‘1위 가수’. 그것도 7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순위 맨 꼭대기에 이름을 올려놓으며 천천히 뜨거워진 가수 진시몬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겸손함을 보이기도 했다.

“공연 위주의 활동을 많이 하고 싶어요. 제가 방향을 설정하고 열심히 하다보면 팬 분들이 좋아해 주실 거라 생각해요. 지금까지 해왔던 만큼만 계획대로 하다보면 또 좋은 일이 있지 않을까요.”
 

트로트 가수 진시몬 [사진=몬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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