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검은 돈'의 유통을 막기 위해 화폐 개혁을 단행한 지 한 달째다. 시중에 유통되는 신권량이 태부족해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돈세탁까지 횡행하고 있어 자칫 모디노믹스(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경제정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12월 3일 현재 인도 내 은행 계좌에 예치돼 있는 금액은 12조 6000억 루피(약 185억 달러·한화로 약 21조 7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 금지된 고액권을 교환할 수 있는 신권 물량이 아직 부족한 가운데 상당수 금액이 은행에 묶여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돈세탁 행위도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검은 돈 소지자들은 최대 50%의 수수료를 내더라도 조직적 도움을 통해 돈세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세를 내지 않고 보관하던 현금 자산에 벌금을 부과해 양성화하겠다는 인도 정부의 목표와 상반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모디노믹스뿐만 아니라 모디 총리의 정치 이력에도 이중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모디 총리는 그동안 "아시아 국가 중 3위에 오른 검은 돈 유통 실태를 뿌리 뽑고 부정 행위를 줄이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경제 효과는 커녕 사전 예고 없이 전격 시행된 강제적인 화폐 개혁 시행으로 인해 정치 역풍까지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야당들은 서민 고통을 가중시키는 화폐 개혁에 반대한다는 시위를 벌이고 있어 정세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뭄바이 기반 금융 컨설팅사인 TCG 자문서비스의 차크리 로카프리야 이사는 "현금 부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예산 적자와 루피 약세, 기업 수익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다만 12~13조 루피가 금융 시스템에 돌아온다면 검은 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디 총리는 지난달 8일 탈세 방지·위조지폐 대책의 일환으로 500루피(8500원)와 1000루피 지폐 등 고액 화폐 2종에 대한 사용을 금지하는 화폐 개혁을 단행했다. 이들 지폐는 인도에서 유통되는 지폐 점유율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보유하고 있는 고액 화폐를 은행에서 새로 발행되는 지폐와 교환하도록 했지만 발행된 신권 물량이 수요를 따라 가지 못하고 있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