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미국 IT 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다국적 인재 유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반(反)트럼프 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일부 지역에서는 주 정부 독립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 실리콘밸리에서는 인재 유치 제도에 비상이 걸렸다. 다국적 기술자가 다수 포진해 있는 업계 특성상 트럼프의 이민자 배척 정책이 직격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이민자 배척 공약에 따라 앞으로 비자 취득이 더욱 어려워지면 센서와 로봇 등 신성장 산업 분야의 숙련된 외국인 기술자들의 유입이 제한돼 인력 부족 현상을 겪을 수 있다. 테러 대책 등을 이유로 정부 차원의 개인 정보 요구 사례가 증가하는 것도 외국인 인력에게는 경계심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와 인도를 기반으로 하는 앱 개발사 트리미안(Trimian)의 아미트 쿠마르 최고경영자(CEO)는 "숙련자들에 대한 H-1B 비자 제한 조치로 인해 기업들의 해외 투자액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 내에서 적합한 인재를 찾지 못하면 중국과 인도, 멕시코 등에서 현지 고용해야 하는 만큼 실리콘밸리에 손해다"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부터 IT 업계과 줄곧 대립해왔다. 선거전에서는 IT 공룡 애플이 잠금기능 해제와 관련,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협력을 거부한 것을 거부하면서 애플 제품에 대한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닷컴 CEO와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트럼프에 대해 대놓고 비난한 것도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린 부분이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실리콘밸리에서는 당혹스런 모양새다. 다만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 겸 페이스북 이사가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위원회에 합류한 것은 마지막 희망으로 꼽힌다. 트럼프의 공약이 이행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틸 인수위원이 실리콘밸리를 옹호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반(反)트럼프 시위가 확대되는 가운데 '주 독립'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CNN 등 외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뉴욕과 캘리포니아 주 로스엔젤레스(LA), 오리건 주 포틀랜드 등 미국 전역에서 최대 8000여 명이 모이는 등 트럼프 반대 시위가 미국 전역에 번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실리콘밸리가 속해 있는 캘리포니아에서는 미국에서의 분리 독립을 추진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이번 대선에서 61.5%가 클린턴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3900만 명으로 미국 내 50개주 가운데 가장 많고 국내총생산(GDP)도 세계 6번째 경제국에 해당하는 규모를 보이고 있다.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에서는 캘리포니아의 독립에 대한 지지도 상당한 상태다. 차량공유서비스업체인 우버의 초기 투자자인 셔빈 피셔버는 "캘리포니아의 독립 활동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표명했다. 캘리포니아에서 분리 독립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뉴멕시코 주와 온타리오 주 등 다른 주의 독립운동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여 당분간 미국 내 트럼프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