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칼럼] 바미얀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위하여

2016-12-13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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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훈 주아프가니스탄 대사. [사진= 외교부]

최근 아프가니스탄 중부 바미얀(Bamyan) 주를 방문하였다. 바미얀 주는 주민 대부분이 아프간 전체 인구의 약 9%를 차지하는 소수민족인 하자라(Hazara)족인데, 징기스칸의 후손으로 알려진 하자라족은 우리와 생김새가 많이 닮아있어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바미얀 대불로도 잘 알려져 있는 바미얀 주는 아프간 내에서도 빈곤률과 실업률이 높고 생활수준이 낮은 지역이다. 바미얀 대부분 지역은 해발 2,500m가 넘는 고산지대로, 일년의 반을 차지하는 겨울이 되면 눈이 쌓여 이동하기도 힘든 실정이나, 탈레반 집권기에 하자라족 8,000여명이 집단 학살을 당한 기억 때문에 주민들은 작은 마을을 이루어 산골 오지에 흩어져 살고 있다.

그 중 우리가 방문한 야카울랑(Yakawlang) 지역은 바미얀 주도에서 약 150km 떨어진 곳으로, 울타리도 없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차로 3시간여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을 가려면 다섯 시간 이상을 걸어서 또는 당나귀를 타고 가야하는데, 특히 위급한 산모가 병원을 가는 도중에 과다한 출혈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유니세프의 ‘모자보건사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중‧남부의 오지 마을에 40여개의 이동식 의료센터를 파견하고 있다. 의사, 간호사, 조산사 등으로 구성된 의료진과 백신 등 의약품을 실은 승합차가 한달에 한번 마을을 돌아가면서 방문하고, 1차 진료와 백신 접종, 임산부 및 산모 건강 지원 등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2016년 한해 동안 5세 미만 아동과 가임기 여성에게 약 3만 5천여건의 백신을 접종하고, 아프거나 영양실조에 걸린 3천여명의 아동과 여성을 상급 병원으로 이송하여 치료를 받게 하였다.

야카울랑의 사람들은 마을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인 이슬람 예배당(모스크)을 진료장소로 내주었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진료를 기다리는 백여명의 사람들이 좁은 예배당 안에 빽빽이 모여있었다. 주민들은 이동식 의료센터가 방문한 이후 특히 아이들에 대한 백신 접종이 제때 이루어져 영유아 사망 사례가 줄어들었다고 우리 정부의 지원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국제사회의 꾸준한 지원으로 감소 추세에 있기는 하지만, 아프간의 5세 이하 아동 사망률은 1000명당 91명으로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며, 영양 부족으로 또래에 비해 성장이 뒤쳐진 아이들의 비율도 41%에 이른다. 특히 여성의 조혼으로 인한 높은 출산률과 빈곤, 여성들이 남자 의사에게 진료를 받기 힘든 보수적인 사회 풍토는 산모와 아이들이 제대로 된 영양공급과 의료 서비스를 받기 힘들게 함으로써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벽지 마을에 대한 이동식 의료센터 파견 외에도, 아프가니스탄 내 13개 주에서 산부인과 및 소아과 시설 개설과 의료진 훈련 등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응급 상황에 처한 산모나 아동 환자들이 적시에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여성 의사 및 산파들에 대한 교육을 중점 지원하고 있다. 또한, 위생 시설 설치와 계몽을 통해 마을의 위생 상태를 개선하여 주민들의 건강을 증진하는 사업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어린 나이부터 농사일을 돕느라 얼굴과 손이 갈라지고, 제대로 씻지 못해 머리에는 새집이 진 바미얀 어린이들의 모습은 1950-60년대 우리 농촌 아이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아프간 농촌 어린이들의 취학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데, 유니세프와 협력하여 취학 시기를 놓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속성반을 열어주고, 여자 아이들의 취학률을 높이기 위해 여교사를 양성하는 사업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절대빈곤과 전쟁의 참화를 극복하고 단기간 내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에 대한 지원과 교육이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우리나라가 아프간의 오지 마을에 배움의 길을 열어주고, 의료의 손길을 보내는 것은 아프간 어린이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 바미얀의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열심히 공부하여, 장차 아프간 재건의 주역이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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