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 탄핵안 키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가 탄핵 표결 동참을 공식화함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은 ‘사면초가’에 몰렸다.
청와대 정무수석실을 중심으로 탄핵 동참으로 급선회한 비박계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물밑 접촉을 시도하는 등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미 늦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이 오는 9일 국회 탄핵소추안 처리를 앞두고 이르면 6일 또는 7일쯤 4차 대국민담화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탄핵안 표결 전에 박 대통령이 내놓을 카드는 ‘퇴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5일 여권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4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내년 4월 말까지 퇴진하겠다는 의사를 직접 밝힐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가 이날 박 대통령에게 '4월 퇴진' 당론에 대한 조속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도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친박(친박근혜)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늦었지만 퇴진 시점을 천명한다면 비주류 내 온건파들이나 영남권 의원들을 돌려세울 수 있고, 탄핵 가결에 동참하는 여당 이탈표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국회 국정조사에 출석해 “박 대통령은 촛불집회에서 나타난 민의를 무겁게,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는 조기 하야 선언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 실장은 "대통령이 하야 문제를 결정하는 것과 관련해 날짜를 박는 데는 많은 분들의 의견이 필요하다. 국정이 안정적이고 평화롭게 헌정 질서에 따라 이양되도록 하는 것도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그런 점을 심사숙고하느라 좀 늦어졌는데, 곧 (날짜)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대통령이 모든 방안을 고심 중"이라며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정연국 대변인이 이날 기자단 브리핑을 이례적으로 취소한 것도 청와대의 고심스런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담화 여부를 포함해 어떤 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모든 것은 대통령의 결단 사항이니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3차 담화 프레임대로 '안정적 정권이양을 위한 일정과 법절차'를 강조하고, "국회 결정에 따를 테니 여야가 합의해달라"는 해법을 계속해서 유지할 경우 탄핵 열차를 멈춰 세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박 대통령이 '전제조건 없는 즉각 하야' 선언을 하지 않는다면 추가 담화가 되레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 안팎에선 탄핵 이후에 대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현재 탄핵을 막을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탄핵 가결 이후 헌법재판소가 청구를 받아들일지 여부도 마지막 희망이다.
실제 탄핵심판 과정에서는 대통령의 혐의 중 ‘사실관계’에 대한 법리 논쟁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이 특검과 헌재 판결을 마지막 승부처로 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