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생명보험사 4곳에 대표 해임은 물론 일부 영업정지부터 영업권 반납, 과징금 등 중징계를 예고했다.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 통보를 받은 4곳은 오는 8일까지 이에 대한 소명자료를 내야한다.
금감원 제재심의원회가 이를 반영해 최종 징계수위를 결정하면 금융위원회에서 이를 결정한다. 업계는 이달 22일 제재심의위가 예고된 만큼 이날 최종 징계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 알리안츠 생명 등은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예고된 중징계가 그대로 확정될 경우 영업중단으로 인한 실적악화는 물론 오너 경영자의 일선 후퇴, 인수합병 차질, 신사업 타격 등 내년도 경영이 사실상 ‘올스톱’되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이 이처럼 강력하게 버티는 이유는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자살=보험금' 공식이 통용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대법원 판단에 따라 기존 계약에 대한 자살보험금도 지급하고, 금감원 판단에 따라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도 지급하면 자칫 보험사들이 자살을 방조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생보사 관계자는 “약관오류가 발견되기까지 10년간 282만건의 상품이 팔려나갔는데 진짜 문제는 아직 쟁점조차 안 된 남아있는 계약들”이라며 “소멸시효 상관없이 전 계약에 자살보험금 다 주라는 소리는, 앞으로 죽기 전에는 꼭 자살하라는 소리밖에 더 되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금감원의 행정제재가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금감원의 말을 듣지 않았던 보험사들에 '괘씸죄'를 적용해 징계 수준이 실제 잘못에 비해 과도하다는 얘기다.
실제 최근 5년간 금감원이 보험사에 내린 징계현황을 보면 기관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곳은 ING생명(2011년·변액보험 약관대출 부당운용), 흥국생명(2011년·대표이사 골프회원권 부당매입 등), 신한생명(2016년·신계약 모집 불법행위)등 3곳에 불과하다. 이들 보험사는 각각 임원경고 및 18억원의 과징금, 임원 직무정지 등의 징계를 받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살보험금에 아무리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하더라도 도의적 책임에 대한 죄가 불법행위보다 무거울 수 있는 지 묻고 싶다”며 “이번 제재는 보험사를 압박하기 위한 '길들이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장된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 천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배임죄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과중한 징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