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고액권 사용을 금지한 인도의 화폐 개혁으로 경기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인도 주재 기업들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소비 축소에 경제성장률 1% 낮아질 듯
지난달 인도 닛케이·마킷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3으로 10월 54.4에서 2.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22개월 만에 PMI 최고치를 경신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우려했던 소비 침체도 현실화되고 있다. 일간 힌두스탄타임스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비누·세제·치약 등 생필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 매출은 대도시와 소도시에서 각각 35%, 70% 줄어들었다는 지적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달 8일 탈세 대책의 일환으로 500루피(8500원)와 1000루피 지폐 등 고액 화폐 2종에 대한 사용을 금지하는 화폐 개혁을 단행했다. 이들 지폐는 인도에서 유통되는 지폐 점유율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보유하고 있는 고액 화폐를 은행에서 새로 발행되는 지폐와 교환하도록 했다. 그러나 사전 예고 없이 정책이 시행된 데다 발행된 신권 물량이 수요를 따라 가지 못하고 있어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 주요 교역국의 도미노 피해 우려도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인도 경제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인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변국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지에 주재하고 있는 기업들은 거래를 할 때 고액 현금을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인도한국대사관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한국의 대(對)인도 투자총액은 50억 달러로 2014년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신규법인수는 52개로 전년(35개)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났다. 투자는 다소 정체돼 있으나 인도와의 교역 규모를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본 기업들은 벌써부터 화폐 개혁의 역풍을 맞고 있다. 혼다 자동차의 오토바이 판매 대수는 화폐 개혁 이후 전년 동기 대비 30% 감소해 현지 공장 조업을 3일간 중단했던 것으로려졌다. 지난달 야마하의 오토바이 대리점을 찾은 고객 수도 1년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인도에 진출해 있는 일본 기업은 1229곳으로 지난 7년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인도중앙은행(RBI)은 오는 7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현행 6.25%에서 0.25%포인트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