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이 4차 산업에 대한 전략 마련에 한창이다. 저성장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대안으로 4차 산업 육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3년 전부터 4차 산업과 관련한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일본과 중국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4차 산업에 대한 의지는 강하다. 일본은 4차 산업을 바탕으로 국가 체질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단순히 ‘산업혁명’으로 끝날 문제가 아닌 셈이다.
일본의 경우 과거 농·어업과 지역경제 육성, 중소기업 보호 등 고속성장기 추격자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수년전부터 인공지능을 포함한 미래지향적 세상을 선도하기 위해 경제, 사회, 정치, 교육 등 전체 시스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도 제조업 국가라는 인식을 지우기 위해 4차 산업을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지난해부터 중국경제는 내수시장 중심의 산업정책을 수립하며 중심에 4차 산업을 올려놨다.
한국보다 ICT 환경이 열악한 중국이 4차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다면, 한국경제는 미래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3년간 발표한 경제정책방향에서 4차 산업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 스마트공장을 포함한 ‘제조업 3.0’ 등 간헐적인 정책을 발표했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데 실패했다.
드론·원격의료 등 관련 산업 규제완화도 여러 벽에 부딪쳐 좀처럼 시장형성이 어려운 상태다. 뒤늦게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4차 산업 육성을 핵심과제로 삼겠다고 의지를 불태우지만, 대통령 임기가 시한부인 상태에서 제대로 추진될지 미지수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조사한 주요국 4차 산업혁명 준비 정도를 보면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전체 139개국 가운데 전체 25위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와 밀접한 미국(5위), 일본(12위), 독일(13위), 중국(28위) 등 4개국과 비교하면 우리 정부의 4차 산업 준비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특히 WEF가 제시한 항목 가운데 노동시장(83위), 교육시스템(23위), 법률시스템(62위) 등 3가지 항목에서 일본은 월등한 우위를 보이고, 중국은 비슷하거나 좋은 점수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도 국내 기업은 착실하게 4차 산업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홈·IoT 기업 스마트싱스와 AI 플랫폼 회사 비브 랩스를 인수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KG전자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도 IT를 기반으로 4차 산업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러나 더딘 정부 정책과 규제로 선진국과 기술격차를 실감하고 있다. 규제완화 등 정부 정책이 선행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크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 준비가 주요국과 비교해 뒤쳐져 있거나, 신흥국의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며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중국에게 4차 산업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중해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일본, 중국과 비교해 과도한 규제가 신산업 저해요인으로 꼽힌다. 서비스무역 규제완화,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가 요구된다”며 “잘 갖춰진 실물 인프라와 달리 플랫폼과 같은 디지털 인프라는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정책체계는 신경제 발전을 가로막는 측면이 있다. 새로운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며 “정부는 규제, 연구개발, 교육 및 노동 정책과 관련, 새로운 정책 디자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