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으로 당 내홍을 수습키로 했던 새누리당이 비대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는 비대위 구성을 논의 중인 '6인 중진협의체'의 뜻에 대해 적극적인 수용 의사를 표현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대통령 퇴진, 탄핵 논의 등에 밀려 비대위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원 의원은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합의사항이 없어 다시 모임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 큰 이유는, 협의체의 결론이 실제 집행까지 이어진다는 담보가 없다며 비주류가 문제제기를 한 데 있었다. 주 의원은 "중진 회의에서 결정하면 그것이 집행될 수 있다는 확실한 보장이 부족한 것 아니냐"라며 "그 점을 분명히 논의하고 진행하자고 했다"고 답했다.
애초 비주류 김재경(4선) 의원까지 '3+3 중진협의체'로 출발한 모임이었지만 김 의원이 탈퇴를 선언하고 모임에 불참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표성이 없는 중진협의체가 결론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이날 "원칙적으로 의총에서 의견이 모아지면 존중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류의 후보에 대한 수용 여부도, 의총의 추인을 인정하고 최고위에 안건으로 부치겠다는 뜻도 불분명한 발언이다. 비주류 사이에서는 이 대표가 중진협의체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유승민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많은 이야기가 나왔는데 마지막에 이정현 대표가 의원들의 의견을 거부한 셈이 됐다"고 표현했다.
비주류 의원들이 주축이 된 '비상시국회의'의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도 "분명하게 3+3 회담에 대해 책임을 위임해주는 발언도 없었고, 조속히 비대위원장을 선출해 달라는 얘기도 없었기 때문에 굉장히 해석하기가 곤란한 것 같다"면서 "현재로선 명확히 받아들인 게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대통령의 퇴진 논의와 맞물려 비대위 논의를 미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황 의원은 "비대위원장이 빨리 선출되는 것이 오히려 여야 (대통령 퇴진) 협상에 있어 책임성있게 새누리당이 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정재 의원은 "이 대표는 3+3으로 주류 비주류를 나누는 것은 편가르기여서 원하지 않았다"면서 "전체 초·재선들이 6인회의를 인정하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전에도 이 대표는 중진협의체 및 초·재선 의원들이 제안하는 로드맵에 대해 '합당할 경우' 최고위에 안건으로 부치겠다며 다소 기준이 애매한 화법을 보여왔다.
중진협의체에 대해 현 지도부가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면서 사실상 협의체가 '무용지물'이 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탈퇴를 택한 김재경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빨리 해야되는데 오늘 의총에서도 슬며시 뒤로 미루더라"면서 "의총을 통과해 넘어오면 결론에 따르겠다는 말만 하면 되는데 (지도부가) 그 말도 하기 싫은 거다"라고 비난했다.
일단 중진협의체는 2일 회의를 다시 이어간다. 이정현 대표의 요청으로 초·재선 간사들도 함께 하는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비대위원장 논의의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중진협의체에서는 김형오 전 국회의장, 인명진 목사 등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당사자들은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원외 쪽을 얘기하시는 의견이 좀 더 높기는 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