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자신의 거취 문제를 국회로 공을 넘긴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가 적중했다.
탄핵의 주도권을 쥔 새누리당 비박계가 ‘대통령 내년 4월말 사퇴’를 조건으로 한발 물러나면서 야3당이 2일 강행하려던 탄핵소추안 표결은 일단 무산됐다.
이어 비박계와 친박계가 '내년 4월 퇴진·6월 조기 대선'이라는 로드맵에 합의하면서 박 대통령의 4월 퇴진은 새누리당의 당론으로 확정됐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박 대통령의 퇴진 시점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비박계가 박 대통령의 퇴진 시점을 내년 4월로 요구한 데 대해 "(퇴진 시점은) 국회 결정에 따른다고 했으니까 국회에서 조속히 논의되길 바란다"고 즉답을 피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달 29일 3차 담화에서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밝힌 만큼 야당과의 최종 합의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다음 주 기자회견이나 언론사 보도․편집국장 간담회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내년 4월 퇴진’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3차 담화 이후 오히려 국정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담화 다음날인 30일 최성규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임명했다. 국회에서 퇴진 일정을 마련하기 전까지 국정을 정상적으로 챙기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됐다.
더구나 최 위원장은 2013년 신문광고를 통해 북방한계선(NLL) 논란과 관련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북한 대변인이었나”라고 비난하고, 2012년 신문광고에는 “5ㆍ16은 역사의 필연이자 변화의 기회였다”는 내용을 게재해, 부적격 논란도 일고 있다.
이어 박 대통령은 1일 화재로 큰 피해가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들을 위로했다.
박 대통령이 외부 일정을 소화한 것은 지난 10월27일 제4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이후 35일 만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된 점을 의식한 듯 기자단과 동행하지 않고 수행 인원을 최소화해 15분가량 조용히 현장 상황을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1998년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정치에 입문한 이후 정치적 고비 때마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방문해 서문시장을 찾았다.
지지율 4% 식물대통령으로 추락한 상황에서 자신의 최대기반인 대구경북 지지층에 동정론을 유발, 재결집을 호소하고, 향후 재기 기회를 꾀하겠다는 정치적 노림수로 읽힌다.
박 대통령은 또 '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 수사에 대비해 이번주내 변호인단 구성을 완료하고,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변호인단은 향후 정치권의 탄핵소추에 대비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진행될 경우까지 염두에 두고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