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카리스마와 솔직함.’
‘강한 LG’를 지향하는 구본준 (주)LG 부회장이 LG그룹 경영을 사실상 진두지휘 하면서 향후 미래 LG가 어떤 그림으로 그려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형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주회사 ㈜LG의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으로서 중요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및 최고경영진 인사 등 LG 회장으로서 큰 틀에서의 의사결정 및 주요 경영사안을 챙기고, 실질적인 전면 경영은 구본준 부회장이 담당하는 사실상 2인자로서의 권한이 더욱 강해진 것이다.
상남(上南)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삼남인 구자경 부회장은 1987년 3월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했다. 이후 LG화학, LG반도체(현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LG상사 등 그룹 주력계열사에서 임원과 최고경영자(CEO)를 두루 거치며 IT기기, 반도체, 액정화면(LCD), 자원개발 등에서 경험과 경륜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작년 연말인사에서 (주)LG의 신성장사업추진단장을 맡게 됐으며, 올해 2월에는 LG화학의 등기이사에 올랐다. 이어 1년 만에 그룹 경영 전반을 책임지는 경영회의체를 주관하게 됐다.
LG측은 “구본준 부회장의 역할 확대는 글로벌 저성장 기조 장기화, 대외 거시경제 불확실성 증가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자회사들이 사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변화와 혁신 추진을 지원하고 가속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자동차부품과 에너지솔루션 등 신성장사업 분야에서의 적극적인 사업전개와 효율적인 성과창출을 위해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상사 등 주력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했던 구 부회장의 경험과 추진력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구본무 회장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성장사업추진단은 현재 LG그룹의 미래 전략 사업인 자동차부품과 전기차 배터리 등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에서 하나의 사업부였던 자동차부품(VC) 부문은 구 부회장이 2013년 독립적인 사업본부로 출범시키며 급성장하고 있다. 미래를 내다본 그의 눈이 정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 CNS는 스마트팜 사업을 신규 진행하고 있다. 이들 신사업은 시작 단계에서 강하게 밀어붙여 단기간에 궤도에 안착시켜야 하는데, 외부 못지 않게 내부 계열사 및 임직원들간 업무 조율 및 협조가 필요하다. LG그룹은 강한 추진력을 지닌 구본준 부회장이 경영회의체를 주관함에 따라 이러한 문제를 한 번에 해결, 사업을 보다 빨리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그룹 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의 내재된 잠재력을 부정하고 스스로 한계를 짓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구본준 부회장이 어떠한 위기관리 경영을 펼칠지도 관심가는 대목이다. 그동안의 발언을 통해 구본준 부회장은 한계 돌파의 해법을 내부 혁신에서 찾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우리 내부에 숨어있는 에너지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혁신은 각기 다른 영역, 배경, 전문성을 지닌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공유할 때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LG에는 다양한 사업들이 존재하고 있고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다”며 “이 같은 다양성을 잘 살려 창의력의 소중한 원천으로 키운다면 회사의 미래 경쟁력 창출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자신감을 갖고 그 능력을 끄집어 내라는 것이다.
특히 ‘1등 LG’에 버금가는 ‘강한 LG’를 표방하는 구본준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성공에 대한 열정과 투지를 끄집어내기 위한 노력도 경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1년 LG전자 대표이사에 취임한 직후 구본무 부회장은 “LG전자는 옛날만 해도 사업을 강하고 독하게 추진했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이 많이 무너진 것 같아 안타깝다"며 "독한 조직문화를 LG전자의 DNA로 삼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모든 회의석상에서 ‘1등’이라는 말을 강조하며 조직 내 패배주의를 털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재계 관계자는 “구본준 부회장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다음에 잘 하겠다’이다. 다음이 아닌 ‘지금’, ‘현재’를 중요시한다”면서 “자신이 솔직하고 직설적인 만큼 임직원들도 에두르는 표현보다는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대안을 내놓을 것을 주문하는 구본준 부회장의 스타일에 따라 LG그룹이 한 발 더 빨리 뛰는 조직으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