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창] 삼성과 시장상인, 박근혜와 조폭

2016-11-28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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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조세는 정권의 위협에 굴복한 기업들의 '보호비'..조폭에게 당한 시장상인과 같아


아주경제 김창익 기자 =정부와 시장통 조폭은 보호를 명분으로 돈을 받는다는 점에서 같다.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세금을 거두고 조폭은 시장 상인들로부터 보호비를 받는다.

차이점은 위협의 실체다. 세금은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에 대한 대가다.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외침으로부터의 보호다. 반면 시장 상인들이 감당하는 보호비는 갈취 주체인 조폭이 동시에 위협이다. 보호비를 내지 않으면 행패를 부리고 영업을 방해하고 심지어 폭행을 할 것이라는 게 위협의 실체다.
따라서 세금은 사회적 합의, 즉 자발성을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한 반면 조폭의 보호비는 강제적이다. 위협에 굴복한 상인들이 회의를 열어 보호비 갹출을 결정했을지 모르지만 강압에 의한 갈취다.

기업들이 내는 이른바 준조세는 말 그대로 세금과 다른 어떤 것 사이의 중간에 있다. 이 다른 어떤 것이 바로 조폭의 보호비와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는 게 문제다. 

준조세는 보통 정권의 요구로 기업들이 내는 세금 이외의 돈이다. 여기서 위협의 실체가 바로 외부가 아니라 정권이 된다는 점에서 준조세를 요구한 정권과 조폭은 같은 성격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은 정권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보복을 당할 것이란 위협감을 느끼고 그에 굴복해 결국 준조세를 낸다. 그 위협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기업을 탓하는 것은 조폭에게 피해를 당한 시장 상인들을 벌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 검찰이 삼성·SK·롯데·신세계 등 최순실 국정농단과 연관된 기업들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조폭에게 당한 피해자들의 집을 터는 것과 같다. 경기 불황으로 가뜩이나 매상이 안올라 전전긍긍하는 시장 상인들의 집이 쑥대밭이 되는 셈이다.

한가지 중요한 차이점을 찾자면 특정 사안에 대한 대가성이다. 기업들이 K스포츠·미르 재단에 낸 준조세 800억원 등은 원활한 합병, 오너 석방, 면세점 인·허가 등 각 기업의 중대 현안에 대한 해결이 목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특정사안에 대한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준조세는 뇌물이 되고 박 대통령은 뇌물수수, 기업들은 뇌물공여죄가 성립된다. 

하지만 이 경우 선후관계를 따져봐야 한다. 기업들이 특정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정권에 뇌물이란 미끼를 던진 것인지, 정권이 특정 사안을 빌미로 기업들을 위협한 것인 지에 따라 사안은 180도 달라진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 등에 의해 밝혀진 바를 종합하면 후자가 사실에 가깝다.
 

 


박근혜 정부가 재단설립 자금이란 준조세를 쉽게 걷기 위해 약점이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위협을 가했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하다. 기업들은 명시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특정 사안에 대한 해결을 바라고 기금을 냈을 것이다. 위협에 굴복한 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이 경우 또한 기업이 피해자다. 

이같은 상황은 검찰도 인식하고 있다. 최순실 기소 당시 검찰이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목하면서도 직권남용과 강요 등만 적시한 것은 기업을 이번 게이트의 주요 수사대상에서 제외시켰다는 의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불응하면서 불똥이 다시 재계로 튀었다. 사태가 청와대와 검찰의 자존심 다툼으로 비화하면서 박 대통령에게 뇌물죄를 씌우기 위한 수단으로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는 양상이다.

조폭 두목을 잡기 위해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 시장 상인들을 검찰이 소환하고 상가를 압수수색 하는 셈이라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법률적으로는 기업들에게 면죄부를 줄 수 없을 지 몰라도 상황 논리는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부동산을 불씨로 경제를 살리려던 초이노믹스는 실패로 판명났고, 새로운 경제팀은 초이노믹스를 버리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최후 보루인 부동산 시장마저 불씨를 꺼뜨려 놓았다. 무능한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사이 경제가 파탄지경인데 검찰이 쪽박마저 깨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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