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4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당한 지 불과 1년만에 감사인 의견거절이란 대형 악재가 터져 나온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수뇌부를 정점으로 한 시스템의 오류에서 밖에 답을 찾을 수 없다.
분식 회계 이슈가 터져나왔을 당시 대우건설은 건설업 회계의 고유한 특징을 방패로 삼았다. 공정 단계별 손실 인식에 대한 구분이 쉽지 않은 건설업 특성을 금융당국이 무시한 처사란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대우건설은 중징계를 받았다.
억울했을 것이다. 비단 대우건설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대우건설 입장에선 수많은 사람이 무단횡단을 하는 데 나만 걸려 과징금을 무는 경우와 다를 게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무단횡단에 걸린 사람이 면죄부를 받을 수는 없다. 당시 대우건설 수뇌부가 이처럼 일반인의 투정부리기를 했다면 상당히 큰 문제다.
상황을 직시하고 재무 시스템 전반을 손질하고 리스크관리(RM)와 홍보·마케팅 시스템을 풀 가동해 시장과 소통했어야 한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투정부리기에 그쳤다. 심지어 안진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 사태에서도 수뇌부는 시스템 손질 대신 응석부리기 행태만 계속하고 있다. 이번에도 방패는 건설업 고유의 특성을 감사인이 제대로 이해하자 못한다는 거였다. 한발 더 나아가 감사인의 취향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는 해명까지 나온다. 여전히 "재수가 없다"는 식이다.
이런 식이면 대우건설은 상장폐지까지 갈 수도 있다. 분기 재무보고서에 감사의견 거절을 한 것은 건설업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금같은 안이한 대응으로는 상장폐지까지 가지 않는다는 장담을 누가 할 것인가.
대우건설은 건설업 회계 관행, 금융당국과 감사인의 이해부족을 더 이상 탓해서는 안된다. 그 부메랑을 맞는 건 금융당국과 감사인이 아니라 대우건설 자신이다.
리스크 관리와 홍보·마케팅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재무시스템이다. 건설업의 회계 특징을 감안해 강화된 국제회계기준에 맞추면 된다. 어차피 손실인식이나 미청구 공사 항목이 인식 시점의 문제면 기준에 시점을 맞추면 될 것 아닌가. 회계 전문가가 아니어도 알만한 일이다.
대우건설은 무단횡단을 하다 걸렸다. 다시 무단횡단을 하지 않을 것인지, 억울하다고 계속 투정을 부리며 또 다른 재수없는 이가 무단횡단 하다 걸리기를 기다릴 것인 지 선택해야 한다. 어떤 선택을 할 지가 현재 대우건설 수뇌부의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