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군산내항은 활기가 넘친다. 군산시에서 군산내항을 복합도심공간으로 조성하면서 관광객 유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내항을 중심으로 보존된 근대 건물들과 도심을 보면 항구를 중심으로 성장한 60~70년대 한국경제를 엿볼 수 있다. 군산시는 항만재개발에 힘입어 올해 목표인 관광객 유입 200만명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항구도시들의 주요 항만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수년간 걸쳐 공을 들인 이곳이 새로운 랜드마크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항만재개발은 단순히 항만의 역할을 재건하자는 취지를 넘어, 복합공간으로 자리 잡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주요 항만들이 앞다퉈 재개발에 적극적인 의사를 내비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은 “항만은 대한민국의 경제와 역사의 한 축을 담당했던 곳”이라며 “항만재개발을 통해 생산유발효과 9조원, 부가가치유발효과 2조8000억원, 고용유발효과 6만명 등 경제적 파급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애물단지 항만의 변신은 ‘무죄’…정부와 지자체 협업 성과
항만도시는 70~80년대 한국경제의 관문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주요 수출 품목은 모두 항만을 통해 세계 각국으로 진출했다. 자연스레 도시도 항만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눈부신 경제성장에 항만도시는 언제나 활기를 띄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경제성장이 하향곡선을 그리며 항만도 탄력을 잃었다. 막대한 부지와 유지비는 지자체 입장에서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와 지자체가 항만재개발을 구상한 것 이 무렵이다. 지난 2007년 1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이 고시되면서 재개발에 착수한 이후 노후·유휴 항만 주변은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갔다.
지난달 31일 해수부는 오는 2020년까지 13개 항만 18개소를 대상으로 제2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여기에는 부산북항과 더불어 인천항, 군산항, 목포항 등 30년 이상 된 노후 항만이 포함됐다.
더 이상 항만의 역할이 힘든 방대한 노후 부지에 레저와 관광, 쇼핑을 아우르는 복합공간을 조성해 수익모델 발굴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경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해수부는 2차 항만재개발 부지 확정을 위해 전국 60개 항만을 대상으로 지자체, 지역주민과 민간기업 등 시설수요와 항만 주변지역 여건 및 지역발전 전략을 세우는 데 머리를 맞댔다.
또 2014년 6월부터 관계부서 사전 협의 및 지자체 등 관계기관 협의, 전문가 자문, 공청회 등을 거쳐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거점 특화지역으로 개발 극대화…가치 창출에 방점
제2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은 ▲도심기능 복합거점 ▲해양산업·물류거점 ▲해양관광·여가거점 ▲개항역사·문화거점 등 4개 거점으로 나눠 진행한다. 수립단계부터 철저하게 지역 맞춤형으로 구성했다.
도심기능은 부산북항, 고현항, 인천내항, 포항구항 등 4개소다. 이들 항만은 해양관련 비즈니스 활동과 도심형 관광, 주거와 생활권 서비스 등 복합도심으로 재탄생한다. 외국인들의 점근성을 감안해 국제회의장(MICE), 도심형 복합리조트, 테마형 쇼핑몰, 시내면세점, 상업 및 해양레저 시설 도입으로 관광객 유인에도 중점을 뒀다.
광양항 묘도투기장, 광양항 3단계 투기장, 대천항 투기장은 해양산업과 물류거점으로 기존 기능을 업그레이드 시킨다. 수산물 가공·유통 클러스터화, 미래 신소제 산업, 태양관 등 신에너지 생산시설도 들어선다.
인천항 영종도, 동해·묵호항, 여수항(완료), 목포 남항 투기장, 구룡포항, 부산항 용호부두, 제주항, 서귀포항 등 9개소는 해양관광 매카로 거듭난다. 이곳을 통해 해양레저·관광시설 등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해양레포츠 인구를 수용한다는 복안이다.
또 군산내항, 목포내항은 근대문화거리, 전시·문화시설, 항만관련 근대산업유산 등을 테마로 조성이 한창이다. 지자체의 개항기 문화 및 원도심 역사문화의 길 정비와 연계한 수변시설이 벌써부터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정성기 해수부 항만지역발전과장은 “제2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은 누후·유휴항만을 각 지역의 인문, 사회적 특성을 반영하고, KTX 역세권과 연계개발을 통해 신성장축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지역 경제활성화를 도모하고 국민 행복공간으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KTX와 찰떡궁합…항만이 즐겁다”
그동안 항만의 이미지는 투박하고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으로 인식됐다. 항만재개발은 이같은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시설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다. 특히 고속철도(KTX)와 연계한 접근성은 최고의 장점 중 하나로 꼽힌다.
부산북항, 여수항, 포항항 등은 KTX역에서 내리면 바로 지척이다. 그만큼 접근성 측면에서 부담이 없다. KTX뿐만 아니다. 인천항 영종도는 외국인 관광객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의 최대 수혜지다.
개발 잠재력이 높은 KTX 역세권 개발과 연계해 재개발을 시행함으로서 항만과 광역교통 거점도시가 서로 윈윈하는 새로운 성장축이 탄생한 셈이다.
항만재개발 사업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부분은 재개발 사업시행자가 창의적으로 사업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제를 확 풀었다는 부분이다.
지구별 도입시설만 지정하고 위치와 면적을 별도로 규정하지 않으면서 자율적인 투자와 조성을 유도했다. 예컨대 부산북항의 경우 해양문화관광지구는 주기능을 관광·휴양으로, 부기능을 상업·업무, 문화·전시로 구분해 이 범주에서 면적 배분이 가능토록 했다.
지역경제 기여도에 대한 부분도 눈길이 가는 부분이다. 정부주도 사업이 아닌 철저하게 지자체 의견을 반영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침체된 원도심 지역 발전을 위해 해양을 테마로 한 새로운 다중집객시설을 도입해 성장동력을 원도심까지 확산하겠다는 전략도 이번 2차 항만재개발 계획에 포함된 이유다.
이와 함께 해수부는 지역사회 및 지자체가 참여하는 지역협의체 운영을 통해 쌍방향 소통에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개발 주체의 사업참여 및 정부와 지자체의 행정 지원 등 협력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박승기 해수부 항만국장은 “사업 전 과정에 걸쳐 지역사회 참여 유도와 이해관계 조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지자체 도시계획 등과 연계를 통해 통합된 지역발전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