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청사 입구 유리창에 취재진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최순실 국정농단'을 파헤치고 있는 검찰이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구속기소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최씨의 딸 정유라씨 주변 수사에도 본격 착수했다. '부정입학' 의혹을 받는 이화여대를 전격 압수수색했고, '특혜지원' 의혹을 받는 현명관 마사회 회장을 소환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2일 오전 9시부터 이대 총장실, 입학처 등 사무실 20여곳과 최경희 전 이대 총장 등 관련자 주거지 3곳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오후 1시 30분 현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관련자 압수수색 대상에는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의 주거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 결과 남궁 전 처장은 2014년 10월18일 체육특기자 면접 당일 정씨가 아시안게임에서 딴 금메달을 가지고 온 사실을 미리 알고 면접위원 오리엔테이션 도중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를 뽑으라'고 강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 과정에서 '총장께서 정유라 학생을 뽑으라고 했다'는 입학처장 진술을 입학처 직원들이 들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최 전 총장은 지시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학장은 지난해 이대가 체육특기자 과목에 승마를 추가하는 과정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학장은 정씨가 입학한 지난해 3월부터 올해까지 정부 지원 연구를 6개나 따내 정씨 입학과 관련한 보은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검찰은 조만간 최 전 총장과 정씨 등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아울러 마사회는 대한승마협회와 함께 지난해 10월 2020년 도쿄올림픽 승마종목 지원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작성한 곳으로 이 로드맵은 협회가 승마유망주의 독일 전지훈련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승마협회 회장사 삼성이 4년 동안 186억원의 후원금을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하지만 국정농단 파문이 불거진 이후 승마계를 중심으로 이 로드맵이 정씨를 단독으로 지원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독일에서 훈련을 받고 있던 정씨를 지원하고자 박재홍 전 마사회 감독을 현지로 파견한 것도 마사회와 승마협회 간 협의 아래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 회장을 상대로 로드맵 작성 경위와 절차, 이면에 삼성 및 최씨 측과 모종의 협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9∼10월경 삼성이 최씨 모녀가 독일에 설립한 '코어스포츠'(현 비덱스포츠)와 컨설팅 계약을 맺고 280만유로(약 35억원)를 특혜 지원하는 데 관여했는지도 조사 대상이다.
현 회장은 호텔신라·삼성시계·삼성종합건설·삼성물산 등 삼성 계열사 경영진을 거쳐 이건희 회장을 지척에서 보좌하는 그룹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삼성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달 마사회 국정감사에서 "로드맵 작성에 참여하지 않았으며, 정유라씨를 위해 마사회에서 승마감독을 파견한 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승마협회에서 준비단장으로 보내달라고 해서 보내준 것뿐"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검찰은 박 대통령에게 소환을 통보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검찰 한 관계자는 22일 "대통령에 대한 소환통보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측은 전날 "대통령을 대면조사 해야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조만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에 반발하며 향후 검찰 조사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검찰도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처리하겠다며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형사소송법상 검찰은 범죄 혐의가 있는 피의자에게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수사에 나선다.
보통 검찰은 피의자가 세 차례 이상 소환 통보에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구속기한 만료 전 재판에 넘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현직 대통령을 강제수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