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수저계급론’에 피멍든 수험생

2016-11-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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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림 전국부 차장]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있다. ‘수저계급론’. 개인의 노력보다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부에 따라 인간의 계급이 나뉜다는 자조적인 표현의 신조어다. 이 계급은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뉘는데, 금수저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것으로 좋은 가정환경과 조건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뜻이다. 흙수저란 부모의 능력이나 형편이 넉넉지 못해 경제적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것으로 금수저와 상반된 개념이다.

수저계급론이 최근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전국을 들썩이게 만든 ‘최순실 게이트’가 불을 지폈다. 최씨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등 각종 특혜 의혹은 성실하게 노력해서 삶을 살아가는 세상 모든 이의 마음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이화여자대학교를 졸업한 정씨는 2014년 아시안 게임 마장마술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대한민국의 승마 선수다.

정씨가 그런 위치에 올라가기까지 정당한 방법으로 이뤄졌다면 자랑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다 알려졌다시피 정씨는 고교시절부터 각종 편법과 부정을 저질러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화여대는 정씨를 입학시키기 위해 2명의 지원자를 면접전형에서 임의적으로 탈락시켰다는 보도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정유라 때문에 2명의 지원자가 인생이 달라졌다”는 분노의 글까지 인터넷에 올라왔다. 고교 시절 출결과 성적 관리 등에서 비정상적이고 광범위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교육청 감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한 취업포털이 조사한 내용을 보면 2030세대 84.3%는 금수저가 취업도 잘된다고 생각했다.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들이 금수저들을 바라보는 솔직한 심정인데,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그 이상으로 허탈감에 빠지게 만든다.

또 다른 포털은 고용주를 부모로 둔 자녀의 절반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로 구직활동에 도움 받은 적이 있으며, 이 중 10명중 4명은 부모 회사에 직접적인 취업 제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가방 끈도 스펙' 이라는 웃지 못할 촌극(寸劇)도 나온다.

사상 최대의 실업난과 물가 상승, 경제난에 이어 최순실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국민들의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민감한 정치적 이슈가 연일 터져 나오면서 분출된 스트레스를 술로 푸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는 보고도 나왔다.

실제 최근 편의점 씨유(CU)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소주 매출이 전년 대비 25.4%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맥주와 막걸리, 와인 등 다른 술은 전주보다 매출이 하락했지만 소주는 전주 대비해서도 오히려 매출이 9.6%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스트레스를 방치하거나 또는 음주로 해결하려 했다간 자칫 문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17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지난 17일 실시됐다. 수능 응시자 60만 5987명이, 전국 85개 시험지구 1183개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렀다.

시험을 치른 한 수험생이 정유라의 대학입학 특혜 의혹에 대해 분노를 표했다.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그는 "(최순실 사태와 관련)고3이라는 신분에 묶여서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힘들었다"며 "특히 가장 화가 난 게, 최순실 씨 딸인 정유라 씨가 각종 비리와 특혜로 대학에 가고 학점도 쉽게 받았다는 것에 대입을 준비하는 입장으로서 정말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수능을 본 수험생의 바람은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실현불가능이 포함된 ‘꿈’을 실현가능한 ‘이상’으로 만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모두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임했다.

치졸한 행동으로 규율까지 바꿔가며 올라간 정씨를 바라보는 수험생은 어떤 마음일까. 또한 그들의 부모는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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