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마릴린 맨슨, 이렇게 악마같이 담백한 공연을 봤나

2016-1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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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맨슨이 내한 공연을 가졌다[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아주경제 정진영 기자 = 짧고 굵은 마릴린 맨스의 공연엔 군더더기가 없었다. 사탄을 숭배하느니 악마라느니 참 말이 많은 뮤지션이지만 가장 악마 같았던 것은 담백하기 그지 없던 공연 그 자체였다. 공연이 끝난 뒤의 여운은 공연의 러닝타임을 훌쩍 넘었다.

4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 예스24 라이브홀에서는 약 8년 만에 내한한 록 가수 마릴린 맨슨의 공연이 펼쳐졌다. 일부 기독교계의 반발에도 현장에는 1700여 명의 관객들이 모여 맨슨에 대한 높은 관심을 실감케 했다.
 

마릴린 맨슨 내한 공연 사진[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앤젤 위드 더 스캡트 윙스'로 공연의 포문을 연 마릴린 맨슨은 '디스포저블 틴스'와 '노 리플렉션'을 연이어 부르며 분위기를 달궜다. 19세 이상 인증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공연 답게 맨슨은 무대 중간 자해를 하는 듯한 퍼포먼스를 하며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오프닝 무대를 마친 맨슨은 "완전 한국이네(So Korea)"라는 말로 관객들의 열기에 대해 놀라움을 드러냈다.

이후 맨슨의 노래들 가운데 가장 경쾌한 곡 중 하나인 '몹신(mOBSCENE)'이 울려퍼지자 관객들은 모두 손을 높이 들고 점프하기 시작했다. 맨슨의 수많은 공연들을 지켜본 듯 관객들은 마치 무대에 있는 듯 자연스럽게 맨슨과 호흡하고 때로 '떼창'했다. 이런 관중의 열기는 '큐피드 캐리즈 어 건'과 '일리스폰서블 헤이드 앤썸', '딥 식스', '더 돕 쇼', '토니켓'까지 이어졌다.
 

마릴린 맨슨[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맨슨을 현재의 지위에 올려놓은 곡들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스위트 드림스'의 전주가 울리자 공연장은 함성으로 가득찼다. 맨슨은 장신인 체구를 훨씬 더 크게 만드는 기구에 올라타 기괴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쇼크록의 대부'라는 표현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이후 '크루시-픽션 인 스페이스'와 '콤마 화이트'가 이어졌고 마지막 '더 뷰티풀 피플'을 끝으로 공연은 막을 내렸다. 여운에 찬 관객들은 공연장을 쉽게 떠나지 못 했지만 마릴린 맨슨은 다시 무대에 오르지 않았다.
 

마릴린 맨슨[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5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날 마릴린 맨슨은 유려한 연주 솜씨와 20~30대라 해도 믿을만큼 건강한 목소리로 팬들을 환호시켰다. 컨디션이 최상인 듯 고음을 질러대는 맨슨의 샤우팅은 전성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관객들은 쉼 없이 열광했지만 같이 들뜨지 않고 무게를 지키는 것도 공연에 대한 몰입감을 높였다. 과격한 퍼포먼스는 없지만 여전히 맨슨이 록 씬에서 가진 무게감은 엄청나다는 걸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맨슨 역시 공연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은 엄청나다(Korea is amazing)"이라는 글을 남기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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