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지난 2일 끝난 NC 다이노스와의 2016 한국시리즈에서 시리즈전적 4승으로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시리즈 MVP는 공수에서 활약한 포수 양의지의 몫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438(16타수 7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한 양의지는 노련한 리드로 NC 타자들을 고전하게 만들었다. 양의지는 코칭스태프와 팀 동료들에게 MVP의 영광을 돌렸다.
양의지는 강인권(44) 두산 배터리 코치의 프로 첫 제자다. 강인권 코치가 2006년 플레잉코치로 코치생활을 시작했을 때 광주 진흥고를 졸업한 양의지가 신인 선수로 두산에 입단했다. 처음에 양의지는 주목 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양의지는 2006년 2차 드래프트에서 8라운드(전체 59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강인권 코치는 “양의지는 지명 순위가 낮았지만, 훈련을 시켜보니 자질을 갖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잠재력을 갖고 있던 어린 포수는 10년 후 한국시리즈 MVP를 거머쥐었다. 강인권 코치는 “양의지는 타자의 심리를 잘 읽는다. 타자 상태를 관찰하는 눈도 뛰어나다. 다른 포수들에 비해 경기 흐름을 읽고 대처하는 능력도 좋다”고 평가했다.
곰의 탈을 쓴 여우인 양의지의 공 배합은 두산 투수들을 더욱 위력적으로 만들었다. 니퍼트, 장원준, 보우덴,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두산 선발진은 NC 타선을 상대로 29⅓이닝을 1실점을 기록하며 꽁꽁 틀어막았다. ‘판타스틱4’라는 두산 선발진의 별명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한국시리즈에서의 공 배합이 정규시즌과 달랐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강인권 코치는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는 데이터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 스트라이크가 들어왔을 때 타자의 다음 반응, 초구에 볼이 들어왔을 때 타자의 다음 대처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데이터를 넘어서는 상대에 대한 분석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2016 시즌 양의지는 부상으로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다. 6월에는 좌측 발목 염좌, 7월에는 헤드샷 후유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어려움 속에서도 양의지는 야구에 대한 열정으로 이를 이겨냈다.
강인권 코치는 “양의지는 공부를 많이 하는 편이다. 겉으로는 안 하는 척 하지만 보고 있으면 자기 나름대로 분석을 많이 한다”며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