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21세기판 ‘진령군’(조선 후기 명성황후의 총애를 받은 무당 박창렬 직위)이 난데없이 튀어나왔다. 현대판 ‘신돈’(고려 말 공민왕의 신임을 얻은 승려)도, 동양판 ‘라스푸틴’(제정 러시아 말기의 예언자)도 소환됐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 게이트’ 얘기다.
최순실씨가 30일 오전 7시 37분 전격 귀국했다.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권력의 사유화다. 그것도 국가권력의 정점에 선 청와대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정체불명의 한 여성이 청와대 인사 등을 떡 주무르듯 만졌다. 심지어 대통령기록물도 그의 손을 거쳤다. 최씨의 딸은 대학 부정 입학 의혹에 휩싸였다. 한마디로 권력의 굿판을 벌인 셈이다.
2014년 말 1차 국정농단 파문이었던 ‘靑(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 측근(정윤회) 동향’ 문건 파동 당시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이 말했던 것처럼 최씨가 우리나라 권력서열 1위인가. 당시 박 전 행정관은 2위는 정윤회씨이며 박근혜 대통령은 3위에 불과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쯤 되면 개그콘서트에서도 볼 수 없는 ‘블랙 리얼 코미디’다. 이대로는 안 된다. 장관 및 수석 몇 명의 교체로 들불처럼 번지는 성남 민심을 잠재울 수 없다. 대통령 자신이, 대한민국 시스템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낡고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은 자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