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증대되는 상황에서 SLBM을 장착한 북한 잠수함을 감시할 수 있고 유사시 선제타격까지 가능한 핵잠수함의 필요성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하지만 핵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어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리 군 당국도 “군사적 효용성이나 기술적 가용성, 주변국 군사동향 등을 고려해 충분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은 핵잠수함 건조를 위한 기술력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핵잠수함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한 정보·감시·정찰 능력이다. 전문가들은 적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선제타격도 가능한 것이라며 핵잠수함 도입에 앞서 고도화된 정찰자산의 확보가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주먹도 눈이 있어야 소용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 군이 운용하고 있는 정찰자산으로는 금강·백두(RC-800), 새매(RF-16) 정찰기가 있다. 금강과 새매는 영상정보를, 백두는 신호정보를 각각 수집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북한 잠수함이 기지에 머무르는 단계에서부터 탐지하기에 미흡한 부분이 많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은 2018년부터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 블록 30)을 도입할 예정이다. 글로벌호크는 고도 20㎞ 정도의 성층권에 장기체공하면서 최대 500㎞까지 감시·정찰할 수 있다. 또 2020~2022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국산 정찰위성 5기를 도입하는 일명 ‘425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1조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국산 정찰위성 5기의 해상도는 30㎝급으로 향상된다. 북한 잠수함이나 핵실험장, 미사일 차량의 움직임에 대한 세밀한 포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다만 425사업은 기술 개발이 난항을 겪으면서 예정된 시기에 전력화하는 것이 불투명한 것으로 관측된다. 더구나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예상보다 빨라지면서 군 당국은 정찰위성이 전력화되기 전까지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스라엘이나 프랑스의 정찰위성을 임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찰위성이 한반도를 지나가는 시점에 운용권을 넘겨받아 북한군의 움직임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SLBM 위협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궁극적으로는 우리 군의 독자적인 정찰자산 확보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문근식 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핵잠수함 도입을 위해서는 정찰자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지금은 한미 동맹 자산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한미 연합작전 능력을 향상시키면서 우리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국장은 핵잠수함을 도입할 경우 국책사업으로 지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나 러시아처럼 정부 차원에서 국책사업단을 구성, 총괄 관리해야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원자로 제작, 잠수함 건조, 연구용역 등이 따로 가면 안 되고 총괄적으로 진두지휘가 가능한 국책사업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핵잠수함 건조를 국책사업으로 정하고 총력외교를 펼치면 8∼10년이면 건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