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삼성전자가 플래그십(주력상품) 스마트폰 출시 주기를 1년에 두번에서 한번으로 줄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속도 경쟁에서 벗어나 제품 자체에 집중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단종 사태를 계기로 6개월 단위로 신제품을 내놨던 전략을 전면 수정할 전망이다.
중저가 스마트폰 역시 꾸준히 출시했다. 국내에 내놓은 갤럭시A.J 시리즈와 더불어 중국 특화모델인 갤럭시C 시리즈도 내놨다. 갤럭시C는 삼성전자가 샤오미, 메이주, 화웨이 등 중국 제조사와 경쟁하기 위해 개발한 보급형 스마트폰이다. 이외에 인도 등 신흥국을 겨냥해 만든 갤럭시온과 같은 초저가 폰도 있다.
이같이 다양한 시장을 아우르는 전략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1위 자리에 올려놨다. 글로벌 IT전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마트폰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2.3%로 1위를 차지했고 애플이 12.9%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빠른 신제품 출시 주기가 갤럭시 노트7과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삼성전자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신제품 컨셉트를 설정하고 부품 수급과 시제품 제작, 완제품 생산 및 마케팅까지 일련의 과정들이 쉴 틈 없이 반복된 것.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사인 애플만 하더라도 1년에 한 번씩 플래그십 모델을 출시하기 때문에 품질에 더 집중할 수 있는 구조다.
IT전문외신 샘모바일은 "빡빡한 출시일정은 협력업체와 개발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제품생산과 품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삼성은 봄, 가을로 나눠 매번 혁신성 있는 제품을 내놨다. 애플보다 2배 빠른 출시 속도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제품군이 월등하게 많은 상태에서 플래그십 제품 주기를 수정하든, 저가 제품을 포기하든 지금까지의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등 외부 기관과 협조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도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등 해외 규제 당국이 현지 소비자로부터 수거한 갤럭시노트7도 국내로 들여와 발화 원인을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비자의 안정성 및 신뢰회복을 위해 원인을 규명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원인 규명 작업이 늦춰질 경우 내년 초 출시예정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8'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배터리 문제 외에 기판회로 설계 등도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홍채인식이나 방수·방진 등 혁신으로 평가받던 기능들조차 재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