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이른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무죄라는 첫 항소심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유·무죄 판결이 엇갈린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 처음 무죄가 선고돼 대체복무제 도입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아울러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 등 2명은 항소를 받아들여 징역 1년 6개월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장 과정 등을 볼 때 종교적 신념과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종교·개인 양심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이고 형사처벌로 이를 제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국제사회도 양심적 병역 거부권을 인정하는 추세이고, 우리 사회도 대체복무제 필요성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600명 정도로 추산되는 병역 거부자를 현역에서 제외한다고 병역 손실이 발생하고 기피자를 양산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군 면제 사유가 다양한데 양심적 병역거부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은 병역을 기피하거나 특혜 요구가 아닌 종교적 양심에 의한 의무 부담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국가는 소수자 권리 주장에 인내만 요구하지 않고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선진국 사례를 볼 때 현실적 대책(대체복무제)이 있는데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고 대체복무제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어 "2000년대 이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대부분 실형(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며 "이는 '타협 판결'이다. 떳떳하게 대체복무제를 도입하고 공동체를 위해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A씨 등은 "종교적 신념 때문에 입영을 거부한다"고 밝혀 검찰로부터 기소됐다.
한편, 최근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이 늘고 있는 추세다. 독실한 신자에게 병역을 강제하는 것은 종교·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취지로 최근 1년간 광주, 수원, 인천 등 법원에서 무죄 판결 9건이 나왔다.
현행 병역법 88조는 현역 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고 정당한 사유 없이 불응하면 3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과 2011년 두 차례 이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전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무죄를 선고받은 상황에서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