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와 장자 이야기

2016-10-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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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승 양방웅의 노자와 장자 이야기
나비에서 꿩으로

접여의 노래
공자가 초나라에 갔을 때, 미친 체하며 살아가는 은사(隱士·숨어사는 선비) 접여(接輿)가 숙소 문 앞을 오가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오는 세월 기다릴 수 없고 가는 세월 잡을 수 없네.
천하에 道가 있으면(天下有道), 성인이 좋은 일 이룰 텐데.
천하에 道가 없으니(天下无道), 성인이 그저 하릴없이 사는구나!
행복은 깃털보다 가벼운데 받을 줄 모르고, 우환은 대지보다 무거운데 피할 줄 모르네.”

‘접여의 노래’는 논어의 미자에도 나옵니다. 공자가 德으로써 인륜의 무질서를 바로잡겠다고 초나라에 갔을 때, 부질없는 짓하지 말라고 노래로써 충고하는 내용입니다.

'세상에 道가 통하면 칼을 녹여 보습을 만들고(주검위리·鑄劍爲犁), 싸움터를 달리던 말이 돌아와 농사를 짓는다. 그러나 세상에 道가 통하지 않으면 거꾸로 보습을 녹여 칼을 만들고, 새끼 밴 말도 전장에 끌려가 전선에서 새끼를 낳게 된다'는 글이 도덕경 46장에 나옵니다. 성서 이사야 2장 4절에도 비슷한 글이 있습니다.

콜롬비아는 정부와 반군인 무장혁명군 사이에 9월 26일 반세기 동안 끌어온 내전을 종식하는 평화협정을 맺고, 대통령과 반군 지도자가 총알과 탄피로 만든 펜으로 공식서명했습니다. 1964년부터 52년 동안에 사망 25만명, 실종 5만명, 난민 800만명을 낸 내전이 종식된 것입니다.

서명식장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참석했지요. 그러나 반군들을 처벌하지 않고 포용하겠다는 평화협정은, 안타깝게도 국민투표에서 부결되었습니다. 그래도 산토스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발표되었습니다.

한반도에서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4년이 지났습니다. 이 협정 4조60항에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정치회담 소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총회에서는 1953년 8월 28일 결의안 711호를 채택하였고, 이어 1954년 4월에 평화협정을 위한 제네바회담이 열렸지만, 미국의 기피로 회담이 무산되었습니다. 중국은 지금도 유엔 결의안을 이행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 총장은 유엔사무총장으로 취임한 뒤 2007년 5월, 뉴욕에서 열린 코리아소사이어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한반도의 정전체제를 영구적인 평화체제로 이행시켜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위민크로스디엠지(womencrossdmz)’라는 평화운동 연대체는 지난 9월 27일에 38개국 133명의 여성 지도자가 서명하여, 반총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냈습니다. ‘2007년 공개석상에서 약속했던 평화협정을 추진해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콜롬비아는 무기를 녹여 보습을 만드는데, 한반도의 남과 북에서는 정반대로 보습을 녹여 무기를 만들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초나라처럼 혼용무도(昏庸无道)의 늪에서 빠져드는 것이 아닌가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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