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킹 인터뷰] 록 뮤지션 김바다 “음악과 요리, 참 많이 닮았죠”

2016-10-1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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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뮤지션 김바다 [사진=에버모어 뮤직 제공]


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1996년 밴드 시나위의 멤버로 데뷔한 뒤 아트 오브 파티스(Art of Parties), 레이시오스, 나비효과의 밴드 보컬 및 솔로 활동으로 20년간 십여장의 앨범을 발표하며 폭넓은 팬층을 거느린 록뮤지션 김바다. 그에게서 풍겨지는 이미지는 ‘거침’ 혹은 ‘강렬함’ 이 두 가지다. 그러나 그는 부드러웠고 또 감성적이며 때로는 다정다감한 남자다. 거기에 믿을 수 없는 ‘섹시함’마저 느껴질 정도. 그런 김바다가 지난 8월 여름 콘서트 ‘Wave of Bada(웨이브 오브 바다)’를 성황리에 끝낸 뒤 오는 15일 앵콜 콘서트 ‘Falling into Bada(폴링 인투 바다)’를 앞두고 있다.

앵콜 콘서트를 코앞에 둔 최근, 아주경제는 김바다를 만났다. 다소 거칠었던 이미지에 편견을 가졌던 필자는 그가 수년 전 팬들에게 직접 만들어줬던 ‘카레’를 먹어보고 싶은 생각에 “저도 바다 씨 요리를 먹고 싶어요”라는 다소 무례(?)한 부탁을 했다. 그러나 김바다는 필자의 부탁에 “당연히 해드려야죠”라고 화답하며 바쁜 스케줄을 쪼개 필자를 청량리의 한 쿠킹 스튜디오에 초대해 직접 요리 실력을 뽐냈다. 그리고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인터뷰는 시작됐다.
Q. (먼저 인사부터)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근황이 궁금합니다!
- 15일 단독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어요. 집에서 맛있는걸 직접 해먹으면서 몸 관리에 관심을 제일 많이 갖고 있습니다. 집에서 가까운 북한산도 매일 가서 체력도 기르고 있어요. (웃음)

Q. 몸 관리에 신경을 쓰시는 이유라도 있나요?
- 늘 풀린 상태로 공연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러면 안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죠. 간간히 운동도하고 관리했는데 나태해지는 게 이제 싫더라고요. 그래서 정신 수양이라 생각하고 몸 관리를 먼저 시작했죠. 제가 원래 술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매일 술을 마시던 사람이 안 마시고 있으니 얼마나 신경쓰고 있는지 아시겠죠. (웃음)

Q. 술을 엄청 좋아하시나봐요? 주량이 어느 정도에요?
- 저 포함 세 명이서 막걸리 40병을 비운 적이 있어요. 하하하하. 기분이 좋으면 계속 마시죠.
 

록뮤지션 김바다가 본인이 가장 자신있는 요리라고 말하는 '해장 카레'의 요리를 시작했다. 섬세한 손길로 야채를 다듬고 볶는다. [사진=에버모어 뮤직]


엄청난 주량을 자랑할 정도로 술을 좋아하는 김바다도 콘서트를 앞두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모습을 보이는 단연 ‘프로’였다. 그러면서도 “콘서트 끝나는 날 술 엄청 마실거예요. 와하하하”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Q. 바다 씨 앨범이 나온지는 꽤 오래 됐어요. 언제쯤 앨범을 만날 수 있을까요?
- 저는 빨리 내고 싶은 마음이에요. 소속사랑 상의하고 있어요. 이번 콘서트가 끝나면 싱글 앨범으로 찾아뵐 수 있지 않을까요? 마음은 정규 앨범을 내고 싶지만, 요즘 시대는 아무래도 음원 시대다보니 조금씩 자주 보여드리는 게 더 좋은 것 같아요.

Q. 바다 씨 별명이 ‘록 마에스트로’예요. 마음에 드시나요? (사실 오늘 요리하는 모습을 보면 어울리지 않는 듯 하다. 그러나 그의 무대를 본다면 ‘록 마에스트로’ 별명이 금상첨화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감사하죠. 과찬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멀티플레이가 안되는 사람이에요. 물론 많은 남자분들이 그렇겠지만 하나만 생각하면 그 하나 밖에 몰라요. 제가 중3때 록 음악에 꽂혔어요. 록 음악에만 유일하게 있는 그 색깔이 있거든요. 멋. 그 멋을 계속 추구하게 되고, 그렇게 한 가지만 추구하다보니 어느 순간 제가 고집쟁이가 돼 있더라고요. 자유를 외치는 록 뮤지션들 (예를 들어 찢어진 청바지에 10년 이상 신었던 컨버스를 신는 너바나)을 보면 정말 멋지더라고요. 그 모습에 빠져있는 절 보니 ‘록 마에스트로’라는 별명이 좀 맞는 것 같아요. (웃음)

Q. 록에 대한 권태가 온적은 없었나요?
- 음악에 대한 권태는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아직까지 권태가 올만큼의 곡을 써보지 못했어요. 하하하. 계속 변화하고 진화하려고 노력하고는 있습니다.

Q. 그럼 권태가 오지 않을만큼 바다 씨가 느끼는 록의 매력은 뭔가요?
- 정말 섹시하고 고급스럽고 굉장히 스마트한 음악이에요. 정말 머리가 좋고, 넓어요. 예술성을 팝으로 끌어낸 장르입니다. 너무 멋있어요. 어렸을 적엔 폭발적인 사운드를 들으면서 ‘세상에 이런 게 있구나’하고 생각했죠. 저는 원래 꿈이 없는 꼬마였어요. 하지만 록 음악을 듣고 달라졌어요.
 

김바다가 '열심히' 야채를 다듬고 있다. 매우 섬세하지만 또 투박하다. [사진=에버모어 뮤직 제공]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그의 손은 쉬지 않았다. 그가 가장 자신있게 잘 할 수 있다는 ‘해장 카레’를 정성스럽게 만들면서 인터뷰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멀티가 가능하지 않다”는 그의 말은 엄살로 느껴질 정도였으니. 뜨거운 냄비를 옮길때면 종이컵으로 양쪽 손잡이를 잡는 소탈(?)하기 그지없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그 종이컵을 음식맛을 보기 위해 재사용하는 알뜰하고 다소 엉뚱함을 보여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Q. 김바다 씨가 요리를 하는 모습이 굉장히 신선해요.(웃음) 어떤 요리를 즐겨하고 좋아해요?
- 미역국도 해먹고, 콩나물국도 자주 해먹어요. 생각해보니 해장용이네요. 하하하. 다 좋아합니다. 잘 못 먹는건 닭볶음탕이요. 제가 개인적으로 닭을 고추장 양념한 요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요. 고추장보다는 고춧가루를 좋아하죠. (웃음) 좀 디테일하죠?

Q. 음악만 잘하시는 줄 알았는데 요리, 예능감도 뛰어나요. 혹시 예능프로그램 출연 욕심은 없나요?
- 저는 정말 나가고 싶어요. 너무 좋아해요! (웃음) 예능프로그램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너무 있죠. 하하하. ‘런닝맨’에 나가서 막 뛰는 것도 좋고요. ‘라디오스타’도 꼬박 챙겨보는데 저는 김구라 씨의 그 재치를 정말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때그때의 상황을 만들어가는 게 정말 멋져요. 센스가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즉흥적인 걸 좋아하거든요. 음악이나 요리나 전부요. 그래서 요리를 할 때도 상상을 해봐요. 그래서 지금 제가 만드는 ‘해장 카레’가 나왔어요. 음악이나 요리나 모든 게 비율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비율, 밸런스. 결혼도 마찬가지고요. (웃음)

1996년 데뷔 후 꼬박 20년이 지났다. 김바다는 20년동안 꾸준히 소신있는 음악과 무대로 팬들과 만나왔다. 지난 20년간의 소회를 들어보고 싶었다.

Q. 20주년입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지난 20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도 궁금해요.
- 저희 아버지가 얼마전에 ‘음악 몇 년 했니?’라고 여쭤보시더라고요. 제가 ‘20년 했습니다’라고 햇더니 ‘이제 장인이네.’ 그러시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20년간 음악을 했으니, 장인이라고 해도 되겠죠. 사실 본격적으로 데뷔하기 전인 95년도에 섰던 한 무대가 기억이 나요. 당시에 제가 서울대학교에 공연을 하러 갔는데 공연하기 전에 학교 측에서 “학생들 상대로 선동하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그 당시는 시대가 그랬거든요. 그래서 저도 무대 올라가기 전에 (신)대철이 형에게 “선동하지마”라고 했었거든요. (웃음) 그런데, 막상 올라갔더니 선동하지 않았는데 된 상황이 발생했어요.(웃음) 2000여명의 학생들이 파도처럼 무대 앞으로 몰려왔어요.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하하. 한참 열정적으로 공연을 하고 정신을 차려보니 앰프와 드럼이 다 쓰러져있고 망가져 있더군요. 악기의 인생은 끝났겠지만 저는 그때 너무 행복하다고 느꼈어요. 정말 잊지 못할 순간이었습니다.
 

김바다가 록뮤지션의 카리스마를 내려놓고, '요섹남'의 면모를 뽐냈다. [사진=에버모어 뮤직 제공]


진지할 땐 진지하고 또 유쾌할 땐 한없이 유쾌한 사람이다. 이래서 ‘겉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라’라는 말이 있구나 싶었다. 겉은 다소 거칠고 강하고 센 이미지라 다가가기 힘들겠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밝음 그 이상이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배우 유해진이 그와 오버랩 되면서 필자를 괴롭(?)혀 그에게 이 사실을 털어놨더니 “너무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즐거운 이야기를 하며 웃는 모습에서는 배우 유해진의 생김새는 물론, 말투까지 똑 닮아있어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는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기회가 된다면 김바다와 유해진, 두 사람을 같은 장소에 세워놓고 싶은 생각이다.

김바다가 준비한 ‘해장 카레’가 완성돼 갈때 즈음, 그와 함께한 특별한 인터뷰 시간도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10월 15일 홍대에서 열릴 그의 앵콜 콘서트와 함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들려주세요.
- 어디든 해외에 나가서 활동하고 싶어요. 해외로 가서 저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경험해보고 싶거든요.(웃음) 저는 어디에 있는 건지, 그걸 경험하고 싶습니다. 한국에만 있으면 제가 어느 위치인지 정확히 알 수 없잖아요. 그리고 15일 앵콜 콘서트 많이 와주셨으면 합니다. 여름 콘서트 때 보여드리지 않았던 신곡 무대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셨던 분들은 물론이고 새로운 분들도 저의 공연을 즐겨주셨으면 해요. 늘 음악으로 많은 분들의 사랑에 보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웃음)

뮤지션이라는 직업이기 때문에 음악과 목소리로 자신을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음악얘기가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본업인 음악을 할 땐 스스로에게도 냉정하고 매우 까다로운 점이 있다고 스스로도 인정했지만, 이야기를 나눌 땐 사람을 한없이 기분 좋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는 뮤지션이다. 그렇게 20년을 한결 같이 달려온 그가, 앞으로 달려갈 20년은 어떤 모습일까.
 

김바다의 '쿠킹 클래스', 음악할 때와 요리할 때 가장 즐거운 김바다. [사진=에버모어 뮤직 제공]

'짠'! 김바다표 해장카레 완성! 비주얼도 맛도 진짜 최고!!!!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어본 사람은 없다! 먹어본 본인은 '행운아' [사진=에버모어 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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