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하는 이주열 한은 총재… "경제 이슈에 공격적 태도"

2016-10-1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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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국내 경제 현안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최경환 경제부총리 시절에는 정부 눈치를 본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지만 유일호 부총리가 부임한 이후에는 할 말을 하는 모습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에서도 이런 상황은 연출됐다.
이 총재는 워싱턴에서 "정부가 재정 정책을 확장적으로 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세계적으로 톱클래스"라며 "재정 정책은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반면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정책 여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금은 금융안정 리스크가 많이 커져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이는 같은 날 "아직 기준금리 여력이 있다"고 말한 유일호 부총리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특히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며 경기 부양에 대한 책임을 정부 측으로 돌렸다.

올해 들어 이 총재가 정책 운용을 놓고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상반기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놓고도 정부와 신경전을 벌였다.

그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한은에서 직접출자하라는 정부의 요구를 '중앙은행 손실 최소화 원칙'을 앞세워 반대 의견을 던졌다. 특히 이 총재는 자본확충펀드라는 아이디어를 직접 냈고, 결국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켰다.

지난 8월에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고자 당국이 규제를 내놨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면서 정부 가계부채 정책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가계부채 추가 대책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작년 최경환 부총리가 있었던 시절과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시 이 총재는 존재감 없이 정부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 최 부총리가 기준금리 추가 인하 필요성을 표현하면 한은에서 화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척하면 척' 발언이다. 최 부총리는 작년 9월 '이 총재에게 통화정책협조를 요청했느냐'는 질문에 "척하면 척이다"라는 발언을 남겼다. 곧바로 한은은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안팎에서는 지난 4월 임기가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남은 2년 동안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취임 이후 2014년 8월부터 최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렸지만 경기 부양 효과 없이 가계부채만 폭증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전세계적으로 저물가, 저성장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통화정책 효과가 과거보다 제한적이어서 중앙은행의 역할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총재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한은 자체적으로 연구해 직접 챙기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만 급증하고 있는데다 미국 금리인상도 예고돼 있어 한은이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다"면서 "여기에 통화정책 효과도 예전같지 않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기 침체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 총재는 지난 4일 국정감사에서 저금리 정책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점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에 대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지 않았다면 소비, 투자 등에 마이너스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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