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미국 공화당 내부에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번지는 모양새다. 대통령 선거를 위한 2차 TV 토론의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하원의장이 선거 운동 중단 의사를 밝히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는 외로운 싸움을 하게 됐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언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은 이날 공화당 소속 의원들과의 전화 회의에서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트럼프를 위한 선거 운동은 하지 않겠다"며 "의회에서 과반수를 유지하는 데 전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이언 의장의 이번 발언은 사실상 '지지 철회'라는 강경 카드는 아니다. 다만 대선까지 한 달도 남은 상황에서 트럼프에게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공화당 권력 서열 1위로 평가 받는 라이언 의장은 현재 미국 연방하원의원 10선에 도전하고 있다. 더구나 고든 험프리 전 상원의원을 비롯해 빈 웨버 전 하원의원, 빌 클링어 전 하원 정부개혁감독위원장 등 당내 주류 인물들이 지지 철회 입장을 공식화한 상황인 만큼 트럼프의 외로운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라이언 의장은 대선 경선 막판까지도 인종차별 발언 등을 문제 삼아 트럼프를 공식 지지하지는 않았었다. 이번 2차 TV 토론에서 쟁점으로 떠올랐던 '음담패설 파일'이 폭로됐을 때는 "구역질이 난다"며 이미 예정돼 있던 합동 유세를 취소하기도 했다.
본래 불편한 관계이긴 했으나 대선 운동을 아예 포기하겠다는 입장까지 나온 데는 전날 진행된 2차 TV 토론 이후 대선의 승산 가능서이 낮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음담패설, 성희롱 등 여성 비하 발언 논란 등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가족과 국민에게 사과하겠지만 이는 '로커룸(탈의실)에서의 대화' 같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여성을 존경하고 있지만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다"며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남편 문제를 역공했다. 이에 대해 클린턴은 "트럼프는 대통령으로 부적합한 사람"이라고 비난하며 상호 깎아내리기에 나섰다. 이같은 토론 태도는 두 사람에게 '역대 최악의 TV 토론'이라는 불명예를 안겼다.
그러나 공화당의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라이언 의장의 선택은 비겁하다"며 반발하고 있어 당분간 당내 혼란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대신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로 대선 후보를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었다. 그러나 펜스가 "트럼프의 음담패설에는 문제가 있지만 끝까지 함께 가겠다"며 사실상 이런 주장을 거절하면서 논란이 일단락됐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폴 라이언은 예산과 일자리, 불법 이민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이라며 "공화당 대선 후보와 싸우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2차 TV 토론 직후 CNN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청자 가운데 57%가 클린턴이 잘했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잘했다는 의견은 34%에 불과해 클린턴이 1차 TV 토론에 2연승을 기록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백악관 주인 자리를 두고 마지막으로 설전을 벌이는 3차 TV 토론은 19일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주립대학교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