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체제 전환 마지막 고비, “엘리엇 요구, 삼성전자 지배구조 개편 가속화”

2016-10-0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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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채명석·류태웅 기자 =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에 분사와 주주 배당 등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하고 나선 것.

삼성그룹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만약 그룹 지배구조 개편 방향이 엘리엇 제안과 일치한다면 이를 명분삼아 속도를 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엘리엇, 삼성 영향력 확대 노려
엘리엇의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탈은 5일(미국 현지시간) 삼성전자에 △삼성전자를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할하고, 지주회사는 삼성물산과 합병 △지주회사의 나스닥 상장 △지주회사 이사회에 사외이사 3명 추가 △30조원 또는 보통주 1주당 24만5000원 규모의 특별 현금 배당 실시 △사업회사의 잉여현금흐름의 75% 주주들에게 지속 환원 등을 요구했다.

엘리엇은 겉으로 삼성전자의 주식 가치 격차를 해소하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이익과 주주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고할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엘리엇의 요구는 이사회 참여를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 삼성전자가 가진 현금을 더 많이 나눠 갖겠다는 의도가 강하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특히 오는 27일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을 위한 삼성전자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서신을 발송한 것은 이 부회장 체제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척하면서 향후 삼성에 대한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려고 하는 엘리엇의 전략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삼성의 3세 체제를 시작하는 이재용 부회장이 엘리엇을 비롯한 주주들과 대화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솔루션을 찾아내는 노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삼성전자 홀딩스 출범시 지분 40%까지 가능
현재 삼성전자의 지분 구조는 의결권 없는 자사주(우선주)가 15.7%로 가장 많고, 이어 보통주인 자사주가 12.8%를 차지한다.
최대주주는 7.43%를 보유한 삼성생명이고, 이어 삼성물산 4.18%,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3.55%, 삼성화재 1.30%,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0.76%, 이 부회장 0.59%를 각각 갖고 있다. 자사주를 제외한 삼성 측 지분율을 모두 합하면 18.15%(삼성생명 특별계정 0.54% 포함)다.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50%를 넘는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총수) 일가가 좀 더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려면 지분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핵심 또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지면서 지분 확대에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해진다는 게 문제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지분 1%(164만327주)를 확보하려면 주당 가격을 169만1000원을 적용했을 때 무려 약 2조7738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만약 엘리엇의 요구대로 삼성전자가 지주사 체제를 도입할 경우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삼성전자 투자부문(홀딩스)과 사업회사 간 주식 스와프(교환)→자사주 의결권 부활→삼성전자 홀딩스와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 등의 과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경우 이 부회장 측이 삼성전자 홀딩스의 지분을 40%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또 삼성전자 홀딩스는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지분을 30% 수준까지 높일 수 있다.

◆일반투자자들 지배구조 개편 요구 확산 우려
엘리엇은 ‘삼성전자를 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분리→삼성전자 홀딩스와 사업회사 간 지분 스와프·공개매수 통해 지주 설립→삼성전자 홀딩스와 삼성물산의 합병→금산 분리를 위해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금융 지주회사 설립’이라는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도 제안했다.

앞서 엘리엇은 비용 부담 없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삼성이 지난해 5월 추진했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표 대결까지 벌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을 요구하고 나섰다. 공을 삼성에 돌려 지배구조개편을 서둘러 진행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로서는 난처한 입장이다. 엘리엇의 요구는 그동안 삼성그룹이 그려온 지배구조 개편의 밑그림 중 하나와 거의 일치하지만, 이를 덥석 받아들일 수 없다. 지주회사의 나스닥 상장과 사외이사 선임 요구는 사실상 지분율 50%를 넘는 외국계 자본이 자신들의 지분에 대한 권리를 더 갖겠다는 것이며, 더 나아가 삼성전자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길을 터놓겠다는 의도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등을 돌릴 경우에는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배력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묘수를 찾아야 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엘리엇 측은 삼성전자의 주주이고, 주주의 제안에 대해서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엘리엇이 불씨가 돼 오는 27일 임시주총 때 주주들의 지배구조 개편 요구가 강해질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분율도 얼마 되지 않은 엘리엇의 요구에 삼성그룹이 단박에 움직일 것 같지는 않다”며 “오히려 20대 국회에 올라와 있는 경제민주화법안과 순환출지금지법 개정안 등의 통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이다"고 짚었다.

이어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어떻게 할 지 등 다양한 이슈가 얽혀 있어 삼성그룹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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