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또 다시 국감장에 나서야할 처지다.
2013년 국감 출석 이후 2년간 '국회행'을 건너 뛴 정 부회장이 올해 다시 국감장 증인으로 거론된 이유는 페이퍼컴퍼니 때문.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업위) 소속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6일 본지와 통화에서 “정용진 부회장을 오는 14일 산업위 종합국감에 증인으로 출석시킬 예정”이라며 “지난 26일 신세계 관계자(임영록 신세계 프라퍼티 부사장)를 증인으로 출석시켰지만 의혹 해소가 부족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우 의원은 신세계가 부천과 동대구역, 인천 송도 복합쇼핑몰 사업을 추진하면서 싱가포르에 있는 ‘페이퍼컴퍼니’ 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가 외투기업을 끌어들인 건 부천시와 대구, 인천시 등이 공모 자격조건을 ‘외국인투자 촉진법’에 따른 외국인투자기업으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부천시에 제출한 입찰서를 보면, 신세계는 △신세계 프라퍼티 50% △신세계 10% △싱가포르 투자회사 싱가포르투자청(GIC) 40%의 외국인투자 컨소시엄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여기에 참여한 외국인 투자회사는 GIC가 아니라 ‘리코 주니퍼(Reco Juniper Privated Limited)’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 의원은 또한 이 업체는 산업통상자원부에 투자계획을 신고하지 않았고 실체가 불분명하다며 페이퍼컴퍼니 의혹을 제기했다.
아울러 현재 동대구역사에 시공 중인 복합쇼핑몰 ‘신세계 동대구 복합환승센터’ 최초 사업자선정 당시에도 외투기업인 ‘리코 SSG(Reco SSG Private Limited)’ 34%의 지분을 가지고 신세계컨소시엄에 참여했는데, 이 업체 또한 주소가 부천에 투자한 기업과 동일해 페이퍼컴퍼니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인천 송도복합쇼핑몰의 부지를 2265억원에 매입한 인천신세계 컨소시엄도 신세계가 90%, ‘리코 송도(Reco Songdo)’가 10% 지분으로 참여했다. 외촉법상 컨소시엄 요건을 갖췄지만 이 외투기업의 주소 역시 리코 주니퍼(부천), 리코 SSS(동대구역)의 주소(싱가포르 로빈슨로드)와 동일했다.
특히 이 페이퍼컴퍼니의 경우 과거 강남의 스타타워를 매입하면서 취득세를 내지 않다가 서울시로부터 170억원의 지방세를 추징당한 ‘먹튀 회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우 의원은 지난 달 26일 국회 산업위 국감에서 “신세계가 세제혜택과 수의계약 등 혜택을 보려고 싱가포르의 한 사무실에 있는 페이퍼컴퍼니를 동원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이용해 사업을 여러 곳 따낸 신세계의 불법성 여부를 따지고 조사해야 한다”면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해당 사업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형환 산업부 장관에 요구했다. 주 장관은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임영록 신세계 프라퍼티 부사장은 “(페이퍼컴퍼니들의) 주소가 동일한 게 맞다”면서도 “초기 설립단계에서 보면 그런 오해를 충분히 살 수 있다. 초기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고 GIC가 증자를 해서 투자를 하는 그런 구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 의원 측은 “외촉법의 취지는 실제 외국자본이 들어와서 공장을 짓거나 실물 투자를 유인해 국내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함”이라며 “하지만 신세계가 지으려는 대형복합쇼핑몰(스타필드)은 유통기업 특성상 실제 투자효과는 미미한데, 세제혜택과 수의계약 등의 혜택만 누리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는 14일 정용진 부회장을 직접 국감장에 출석시켜 페이퍼컴퍼니 의혹을 말끔히 해소하고, 실질적인 외국인 투자 방법을 따져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정 부회장은 지난 2012년 국감 증인 출석 요청에도 ‘해외 출장’ 이유로 불출석해 벌금형 1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성실히 답변하는 것이 국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최소한의 의무’라고 판결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이듬해 2013년 이마트에브리데이의 골목상권 침해 문제로 또다시 증인으로 채택돼, 국감장에 출석했다.
정 부회장 출석에 앞서 당시 산업위 국감에 허인철 이마트 대표이사가 먼저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허 대표가 ‘모르쇠’ 답변으로 일관하면서 국회의원들의 공분을 샀다. 이후 정 부회장은 결국 국감장에 출석했고, 허 대표는 사직서를 내고 신세계를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