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대북 확성기 도입과 관련해 A사가 사업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계약조건 위반 사실이 드러났지만 군 당국은 무리하게 사업을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11월 전력화까지 시간이 촉박하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북 확성기 도입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긴급 추진되는 사업으로, 올 11월 말까지 고정형 24대와 기동형 16대를 도입하는 사업이다. 계약조건에 따르면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는 지난 7월 중 성능평가를 실시하고 11월 말까지 납품을 완료해야 한다. 성능평가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계약조건 위반으로 계약의 해지 또는 해제 사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A사는 지난 6월 자체평가만을 실시했을 뿐 7월 성능평가는 진행하지 않았다. 군 당국이 성능평가 없이 A사를 사업자로 선정한 셈이다. 일각에서 의혹이 제기되자 A사는 지난달 말 뒤늦게 성능평가를 실시했으며, 평가 결과 군 당국은 A사 제품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 성능평가를 7월 중 실시하지 못한 것은 계약조건을 위반한 것”이라면서도 “11월까지 대북 확성기를 실전 배치해야 하는데 계약을 해지하고 다른 업체로 사업자를 변경할 경우 목표 달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A사 제품에는 문제가 없고 계약 위반 사항이 사업 목적 달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군 검찰은 지난 8월 대북 확성기 도입 사업에서 로비와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포착하고 국군심리전단과 A사 사무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군 검찰은 확성기 제작 기술과 경험이 부족한 A사를 선정하기 위해 심사 항목을 고의로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중부전선에 위치한 대북확성기 모습.[사진=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