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중국 부채 폭탄, 감당할 수 있을까

2016-10-03 12:31
  • 글자크기 설정

리커창 총리는 중국의 부채에 대해 충분히 통제가능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사진=신화통신]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의 부채가 위험한 수준이라는 말은 이미 구문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로 인해 중국이 경착륙하고, 이로 인해 글로벌 경제위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내외 여기저기서 시도 때도 없이 경고음이 터져나오고 있지만, 중국 당국은 연신 '부채가 통제가능한 범위에 있다'는 답변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부채는 여전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국무원 총리에 등극한 날부터 부채축소를 강조해온 리커창(李克強) 총리나, 부채축소를 핵심목표로 하는 '공급측개혁'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발언들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아랑곳없이 부채급증

중국 사회과학원 국가금융연구발전실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채무는 168조위안이다. 이는 그해 GDP대비 249%수준이다. 기업부채의 GDP 대비비율은 156%이며, 정부부문 부채의 비율은 39.4%였다. 민간부채는 40%선이었다.

국제결제은행(BIS)가 집계한 지난해 중국의 부채는 GDP대비 254.8%였다. BIS집계기준으로 미국의 부채율은 250.6%였다. 부채비율로 따지면 중국이 미국보다 높은 셈이다. 중국의 부채율은 2006년도에 151.5%였다. 10년만에 250%까지 급증한 것. 반면 미국은 150%에서 250%까지 오르는데 30년이 걸렸다.

중국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국유기업의 부채총액은 83조5497억위안으로 전년대비 17.8% 증가했다. 또한 민간 부동산대출은 올 상반기에만 2조위안을 넘었다. 지난해 전체 부동산대출은 2조5000억위안이었다. 또한 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정부지출은 전년대비 15.1% 증가했지만, 재정수입 증가율은 7.1%에 불과했다. 올해 중국의 전체 부채 통계자료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상의 정황으로 볼때 부채가 여전히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20년이면 부채비율 300%까지 치솟아

중국의 부채비율이 2020년이면 300%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UBS는 2020년이 되기 전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300%에 육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중국 은행 및 국영 기업에 대한 부분적 개혁이 시행됨을 전제로, 중국의 부채 규모가 2020년 300%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CLSA 역시 중국의 부채비율이 2020년이면 30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 역시 2020년이 되기 전에 부채비율이 300%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이 올해 초 자체 집계한 12명의 전문가 설문에서 7명이 중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적어도 2019년까지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4명은 2020년 또는 이후에 고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중국의 최대 부채규모 평균은 GDP의 283% 수준이었다.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들여 고속철 등 인프라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화통신]



◆이많은 부채 어디에 쓰이나

중국의 부채비율은 2009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중국이 4조위안 부양책을 펼칠 때였다. 4조위안 정책패키지가 완료된 후에도 부채는 급증했다.

2010년대 들어서 중국의 노동력 원가상승, 생산과잉, 더딘 기술진보로 인해 기업의 수익성이 낮아졌고 경제성장률은 둔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국은 기업의 수익성 악화를 두고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중국공산당 1당독재체제의 유지를 위해 안정적인 성장을 필요로 한다. 안정성장을 유지해야 공장이 지속적으로 가동될 수 있고, 사회에 충분한 고용이 창출된다. 중국당국은 성장률 방어를 위해 '도시화'라는 명목하에 도로, 교량, 공항, 철도 등 인프라에 자금을 쏟아부었다.

수익성이 낮은 인프라건설에 민간자본이 참여할 리 없다. 이를 떠맡은 곳은 단연 국유기업. 정부는 은행대출을 유도해 국유기업이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도록 했다. 현재의 수요 이상으로 인프라투자가 진행되면서 기업부채가 눈덩이처럼 늘었다.

옥스퍼드대 사이드경영대학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인프라 사업에 모두 10조8000억 달러를 투입했다고 한다. 이들 사업의 절반 이상은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중국 부채의 3분의1이 인프라투자에서 발생했다는 추정도 내놓았다.

◆"차라리 경착륙시키자" 목소리도

부채를 축소시키기 위한 방법으로는 ▲기업의 채산성 강화 혹은 ▲한계기업의 파산이 꼽힌다. 한계기업의 파산은 경착륙을 의미한다. 중국당국은 사회에 충격을 야기하는 경착륙을 바라지 않는다. 경제전반의 신성장동력 확보가 되지 않는다면 부채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차라리 중국경제를 경착륙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리쉰레이(李迅雷) 하이퉁(海通)증권 수석경제학자는 "경착륙의 방식으로 부채를 축소시키는 것은 사회적인 고통을 수반하겠지만, 이 고통은 잠깐의 고통일 수 있다"며 "잠깐의 고통이 두려워 부채문제해결을 미룬다면 훗날 거대한 위기를 초래해 장기간의 고통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장기간의 고통에 비하면 단기고통을 유발하는 경착륙은 그리 무서운 것이 아니다"고 예상했다.

중국의 대표적인 국책 연구기관인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 역시 보고서를 통해 "많은 기업이 이자를 내기 위해 돈을 빌리고 있으며, 생존을 위한 대출을 계속 받기 위해 은행에 기대고 있다"며 "이는 독"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평론기사를 통해 "빚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조치들은 사회에 충격을 줘서 중국공산당의 정통성에 대한 의문을 수반할 수 있다"며 "중국 당국은 이에 앞서 시대에 뒤떨어진 GDP 성장 목표치부터 폐기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철강기업들은 심각한 공급과잉 현상으로 인해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으며, 부채에 기대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신화통신]


◆당국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부채비율이 통제가능한 범위에 있으며 천천히 부채가 축소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난 3월 내외신기자간담회에서 리커창 총리는 중국의 부채문제에 대해 "직접금융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탓에 중국은 전통적으로 부채가 높다"면서 "하지만 중국은 저축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자본시장을 발전시켜 채무의 주식전환 등의 '시장화 방법'으로 서서히 기업의 부채를 축소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과학원 국가금융발전시험실 리양(李揚) 이사장 역시 "중국은 저축률이 50%에 달해 저축률이 낮은 다른 국가와 단순비교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또한 그는 "정부 역시 채무위기에 대응할 충분한 자산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리 이사장은 "중국의 정부부문 부채는 GDP 대비 39.4%로 유럽연합(EU)의 60%, 미국(120%), 일본(200%), 프랑스(120%) 등에 비해 낮다"고 강조했다. 또한 "부채 대부분이 인프라 투자에 사용됐으며, 투자수익을 통해 채무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6조원 빚더미 회사, 활로찾아

이같은 상황에 지난달 27일 부채규모 1000억위안(약 16조5000억원)의 중강(中鋼)그룹(시노스틸)의 채무조정안이 국무원의 비준을 받았다. 이날 중강그룹은 공시를 통해 "정부, 은행과의 협상끝에 채무의 주식전환을 승인받았다"고 발표했다. 현재 중국 당국이 내세운 부채 주식전환의 첫 사례가 나온 것.

공시에 따르면 중강그룹의 은행채무규모는 600억위안이다. 이 중 270억위안의 채무를 주식으로 전환한다. 나머지 채무는 이자율을 3%로 낮추기로 했다. 각 은행들은 채무를 전환사채로 조정하며, 3년간 보유한 이후 점차 주식으로 전환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중강그룹은 사업구조조정과 경쟁력강화를 통해 자생할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철강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업체인 중강그룹은 71개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2014년 9월 회사채가 디폴트되며 생존의 위기에 내몰렸었다. 2014년말 중강그룹의 전체 부채는 1000억위안을 넘어섰으며, 이중 750억위안은 80여곳의 은행으로부터 빌린 채무였다.

중국이 대규모 출자전환 프로젝트를 운영했던 것이 처음은 아니다. 1999∼2004년에 중국 은행들은 580개 기업의 대출 4050억 위안 어치를 주식으로 바꿨다.



*중국 GDP대비 부채비율(단위:%, 자료:BIS)

2005년 151.9
2006년 151.5
2007년 152.4
2008년 148.4
2009년 184.0
2010년 186.9
2011년 187.2
2012년 202.9
2013년 220.1
2014년 234.5
2015년 254.8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