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 원장 권태신)은 3일 발표한 ‘국내 ICT 경쟁력 국제비교 및 시사점-ICT 규제수준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ICT 산업의 하드웨어 부문 경쟁력은 높은 수준이지만, 규제부문은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ICT 발전지수(ICT Development Index)는 8.93점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한경연은 “우리나라는 인구대비 유무선 전화 가입자 수, 유무선 브로드밴드 가입자 수, 인터넷접속 가구비율 등 주로 하드웨어·인프라 부문에서 강점을 지녀 ICT 경쟁력이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치·규제환경의 하위지표 중 ICT 관련 규제(Laws relating to ICT) 부문의 경우 한국은 지난해 5.1점을 기록해 7년 전인 2008년 6.0점 보다 하락했다. 사법부의 독립성(Judical independence)은 3.8점으로, 주요 ICT 경쟁국인 미국(5.2점), 일본(6.2점), 독일(5.8점)보다 낮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5.2점에 미치지 못했다. 지적재산권 부문은 4.2점을 기록해 고소득국가 평균치 4.9점보다 낮았다. 한경연은 “우리나라의 경우 하드웨어 부문의 ICT 경쟁력은 높지만 ICT 관련 규제 환경은 열악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경연은 ICT 관련 규제환경이 개선되면 ICT 관련 산업 경쟁력과 국가경쟁력(IMD)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한경연이 2008년부터 2015년까지 OECD와 G20 국가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ICT 관련 규제개선으로 규제평가점수가 1점 오르면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평가 점수가 약 4.5%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2016년 한국의 IMD 국가경쟁력 평가점수는 74.195점으로 29위인데, 규제 점수가 1점 개선될 경우 평가점수는 77.534(4.5%↑)점까지 상승해 순위가 2단계 오를 것(27위)이란 분석이다. 이는 27위(78.716점)를 기록한 일본과 유사한 수준이다.
ICT 관련 규제점수가 높을수록 WEF의 국가경쟁력 평가 요소 중 ICT 산업과 연관돼 있는 사업고도화, 혁신전문화요인 등의 경쟁력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신 한경연 연구위원은 “ICT 규제가 완화되면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현재 한국의 ICT의 활용과 융복합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환경은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규제가 ICT 산업과 ICT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우리나라의 ICT 글로벌 경쟁력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송용주 한경연 연구원은 “기술간 융·복합 확산에 따른 복잡한 규제 체계가 ICT 신기술 활성화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ICT 산업을 주관하는 부처와 적용 법률이 다양하기 때문에 중복 규제가 많고 규제 개선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송 연구원은 “특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개인정보, 전자상거래, 저작권 관련 규제 때문에 융·복합 신산업 창출이 어려워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주요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은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보다 분야별 민간의 자율 규제를 도모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와 EU는 통일된 법령을 기본으로 강화된 규제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EU의 경우에도 공공 목적의 개인정보 활용은 허용하고 전자상거래 규제를 완화해 비처방의약품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등 우리나라보다 유연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위치정보보호법, 외국기업의 전자지급결제업자 등록 불허, 인터넷 삼진아웃제와 특수 OSP(Onlince Service Provider) 필터링 의무 등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라며, “국제적 규제 완화 흐름에 역행하는 ICT 규제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면서 “표현의 자유와 창의가 발현될 수 있도록 정부규제보다 민간 협의체를 통한 자율규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