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 쿠팡이 동종업계대비 3~5배에 달하는 퇴사율과 일부 로켓배송에 대한 불만족, 김범석 대표에 대한 특혜 논란 등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차별화 된 서비스를 바탕으로 업계 1위로 자리매김 하던 쿠팡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4일 기업정보서비스 크레딧잡에 따르면 업력 3년에 4900여명(비정규직포함)의 직원을 보유한 쿠팡의 퇴사율은 34%에 달한다. 이는 업력 6년의 티켓몬스터(10%), 위메프(7%)와 비교에 큰 차이를 보인다.
또한 인사나 회계, 재무, 전략 등 핵심부서의 인력 이탈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의 경우 지난해 적자가 5300억원에 달하고, 자금 처리가 꼼꼼해야 해 임금 대비 업무 강도가 엄청나게 높은 편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쿠팡은 "입사와 퇴사는 본인의사에 의한 것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물론 한 기업에서 직원들의 입사와 퇴사는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이지만 4900여명의 직원수에서 34%라는 수치는 '쉽게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헤드헌팅 업계에서는 '쿠팡 인사나 회계 쪽 인력은 1년 상시 채용'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는 회사 이미지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퇴사율이 높은 것은 근로조건과의 연관성이 높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퇴사자가 늘면 평균 근속연수는 낮을 수밖에 없고 남아 있는 직원들의 사기저하, 업무량 증가 등 부담으로 연결된다.
실제 대기업 못지않은 연봉과 복지로 취업 준비생들의 주목을 받아온 모 기업의 경우, 최근 높은 조기 퇴사율이 업계 실패 사례로 집중 조명되기도 했다.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업체의 배송 전쟁을 불러온 '로켓배송' 역시 고객들의 불만족이 잇따르며 논란에 휩싸였다. 로켓배송은 쿠팡의 자체 배송 인력인 쿠팡맨이 24시간 내 고객에게 상품을 전하는 서비스다.
쿠팡은 2014년 택배 사에 물품을 위탁해 운송하던 기존 방식을 깨고, 직접 고용한 쿠팡맨을 통한 배송을 시작했다. 하지만 쿠팡맨 만으로는 급증하는 배송 물량을 소화할 수 없어 전문 택배업체와 일부 위탁 계약을 맺었다. 이는 당초 로켓배송의 취지를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올해 1만명, 2017엔 1만5000명까지 쿠팡맨을 고용해 자체 배송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 3600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5000명을 고용하겠다는 김 대표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미 고객이 구입한 상품에 대한 반품서비스는 더 골칫거리다. 쿠팡이 배송에 쿠팡맨을 도입한 것과 달리 제품 하자 등의 이유로 반품하는 제품의 수거는 CJ대한통운, 현대택배, KG로지스 등 택배 전문 업체에 위탁하고 있다. 문제는 총알 배송에 비해 반품해 가는 시간은 턱없이 늦어진다는 것이다.
쿠팡의 평균 반품 회수기간은 신청일로부터 4일 정도다. 하지만 일부 상품의 경우 1주일을 넘기는 경우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파열음 속에 쿠팡이 일부 회원에 한 해 운영되는 회원제 서비스 '로켓클럽'의 시범 운영도 지난 6월 중단했다. 로켓클럽은 쿠팡 이용자가 월 5000원 또는 연 4만9000원의 회비를 내면 '로켓스타일', '로켓배송' 상품에 한해 무조건 무료반품이 가능토록 한 프리미엄 회원제서비스다. 쿠팡은 로켓클럽을 무료로 운영해 왔다.
로켓클럽 중단 배경은 6개월이란 짧지 않은 시범운영에 적합한 수익모델을 찾기 어려웠던 것이 가장 큰 배경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이용자들이 무료배송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상황에서 굳이 회비까지 내며 로켓클럽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료반품의 경우 이미 티켓몬스터의 티몬도 회원제가 아닌 서비스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다"면서 "쿠팡이 최저가경쟁 등으로 제품판매 마진이 많이 남지 않는 상황에서 무료반품 서비스를 계속 시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료회원 서비스는 안정적 수익확보를 위한 것인데 오히려 무료반품에 쓰이는 비용부담이 컸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번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김 대표가 최종 빠지게 된 배경도 석연찮다. 김 대표는 협력사의 상품 판매를 중지한 갑질논란 등을 이유로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 증인에 이름을 올렸었다.
쿠팡은 "증인신청단계에서 성실히 소명한 결과 증인 채택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최근 들어 '전·현직 국회 비서관 출신 2명을 영입했고, 사측이 이들을 적극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하다.
김 대표는 지난해에도 국감증인으로 선정됐지만 '농구하다 아킬레스건이 파열됐다'는 이유로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