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공무원들은 국감준비로 자리를 비우기 일쑤다. 자연스레 모든 경제정책이 다음 달 초까지 마비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1급 이상 실·국장급은 손을 놓은 채 국회에서 대기 중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법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부분이 치명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20대 국회에 다시 올라온 서비스산업발전법이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규제프리존 등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법안들은 사실상 올해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정부 안팎에서는 서비스산업발전법이 박근혜 정부에서 시행되기 어렵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치권의 견해차가 워낙 큰 탓에 4년간 평행선을 달린 법안이 이번 정치권 대립으로 아예 얘기조차 거론될 수 없는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내년 예산안은 처음으로 400조원이 넘는 규모다. 야당의 경우 추경 통과에서도 누리과정 등에서 대립각을 세운 만큼 예산안 역시 순탄하게 넘길 분위기는 아니다.
당장 다음 달 25일부터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내년 예산안 심의가 시작된다. 국감 파행이 다음 달까지 이어질 경우 줄줄이 마찰이 빚어질 상황이 생기는 셈이다.
세법개정안 역시 쟁점인 법인세가 걸림돌이다. 불안한 외줄 타기를 하던 법인세 인상 여부가 정치권의 강대강 대치 국면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시각이 존재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이 2%대 초반에 머무는 시점에 정치권 싸움은 정부 능력을 약화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한 고위관계자는 “28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국감 복귀 의사표명이 여당 의원들의 반감을 부추긴 꼴이 됐다”며 “단기전으로 끝날 것 같던 여야 기 싸움이 생각보다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서는 연말까지 산적한 현안이 국회에 발목 잡힐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정현 대표의 단식투쟁 및 국감 보이콧과 별도로 민생경제를 위한 행보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의 동의가 없는 민생 행보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관계자는 “정치권이 지금의 한국경제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여당의 국감 보이콧은 야당보다 정부가 더 힘든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쟁점 사안들은 대부분 경제와 연관이 있다. 앞으로 정치권 행보가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