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이 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바닥에 엎드리며 눈물로 사죄했다.
최 회장은 애초 자신의 재산 규모를 따져 묻는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말에 굳은 표정으로 또박또박 대답했다.
박 의원이 세금을 냈는지를 묻는 게 아니라고 따지자 "매각한 것으로 알지만 제가 한 것이 아니어서 정확히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이 "유스홀딩스, 비공식 가족자산, 급여와 배당수익까지 더하면 최 회장 일가의 재산이 1800억원가량으로 추정되는데 맞느냐"고 묻자 최 회장은 "1000억원 정도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재산 1000억원 중 10%를 한진해운 사태 해결을 위해 출연한 것이라는 박 의원의 말에 "개인 재산의 3분의 1을 출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의 개인 재산은 350억∼400억원 가량으로 파악됐다.
박 의원은 이어 한진해운 선원들이 SOS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사진을 들어 보이며 "어떤 느낌이 드냐"고 따져 물었고, 시종일관 당당한 태도로 답변하던 최 회장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같은 당 소속인 김한정 의원은 "어떤 최고경영자도 본인 회사를 망하게 하려고 행동하진 않는다. 최 회장도 상당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 회장은 이 대목에서 눈물을 터뜨렸고 몇 분간 흐느끼느라 답변을 하지 못했다.
최 회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조수호 회장과 함께 많은 회의를 다니고 선주들을 만났기 때문에 해운업에 아예무지한 상태는 아니었다"며 "자신이 없어서 전문 경영인 밑에서 2년간 배웠고, 파트마다 30년간 업무를 해온 임원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제가 무능해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에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해운업은 8년 넘게 전무후무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제가 이런 시기를 경험했으니 (후임으로 온) 석태수 사장에게 개똥도 약에 쓸 데가 있는지를 저에게 물어봐 달라고 했을 정도였다"고 했다.
최 회장은 추가 사재 출연이 가능하냐는 김철민 의원의 질문에 머뭇거리다 "개인적으로 상속세 대출금을 갚기 위한 주식 담보가 돼 있고 더 출연하면 유수홀딩스 경영에 문제가 있어 많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의원들이 계속해서 책임을 추궁하자 "저는 2014년 이전까지 일에 대해 책임을 졌고 2014년부터 법정관리 전까지의 상황은 현 경영진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심이 담긴 사죄가 아니라는 비판에는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바닥에 큰절하듯이 잠시 엎드려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