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우리 사회 어떤 변화 가져오나?

2016-09-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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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부패 근절 기대되지만, 내수 위축·사회적 혼란 불가피

아주경제 박준형 기자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의 시행은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투명사회를 만든다는 긍정적 기대 효과와 함께 경제 위축, 모호한 기준으로 인한 혼란 등 부정적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 투명성 제고 기대…경제 건전성 높아질 것

청탁금지법이 제정된 배경에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부정부패가 자리하고 있다. 국민들은 청탁금지법이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묵인돼왔던 청탁이나 접대를 근절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우리 사회에 청렴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를 만들어 투명성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는 상황이다. 나아가 지하 경제가 양성화되고 경제가 투명해지는 등 긍정적인 경제 효과까지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은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 위원장은 “접대비 감소에 따른 경영상의 비용 부담 완화, 불공정·불건전 거래 관행 개선에 따른 산업 전반에 건전한 경쟁구도 확립, 국가경쟁력 향상에 따른 해외투자 증대 등의 편익 등을 고려하면 궁극적으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에 따른 부패 감소가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이어 “친분이 있는 사람의 청탁도 거절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기 때문에 학연, 지연, 혈연 등을 기반으로 반복돼 온 청탁문제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공직자들이 음식물이나 선물 등을 받는 것도 엄격히 제한되는 만큼 기업 등 민간부문의 접대관행도 보다 검소하고 투명하게 변화할 것이고 그만큼 우리 경제의 건전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내수침체 및 경기불황 우려…농수축산업계·유통업계·외식업계 타격 입을 것

하지만 장기적인 기대 효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청탁금지법으로 인한 내수 침체가 경기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결국 고용 하락과 자영업자 폐업 등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도 농수축산업계를 비롯한 유통업계, 골프 등 레저업계, 식당·호텔 등 외식 및 숙박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 추석 청탁금지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도 전이었지만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에서는 5만원 미만의 선물세트가 주를 이뤘다. 한우와 인삼, 황태, 과일 등 농축수산물의 경우 5만원 미만의 세트를 구성하기 힘들어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식당의 경우 메뉴를 변경해 가격을 낮추거나 폐업 또는 업종 변경을 고민하는 업소들이 늘고 있다. 관공서 주변 식당가에서는 공직자들의 심리적 위축에 따른 모임 기피현상으로 찬바람이 우려된다. 한우농가나 골프장은 청탁금지법의 직격탄을 맞을 것을 걱정하고 있다.

다가오는 연말연시 각종 모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식사비용의 문제와 함께 부정청탁의 오해를 살 수 있는 발언이 나올 수 있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 직무관련성 모호한 기준…당분간 혼란 불가피

청탁금지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뭐가 되고, 뭐가 안 되는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들도 끊이지 않고 있다. 권익위는 혼선에 대비해 사례집과 직종별 매뉴얼을 마련했지만 모호한 사례가 워낙 다양해 당분간 사회적 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모호한 기준으로 가장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직무관련성’에 대한 해석이다. 청탁금지법은 직무관련성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 금품을 주고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8조 2항은 1회 100만원, 매 회계연도 300만원 이하 금품을 주고받는 경우 직무관련성이 있을 때만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직무관련성이 있더라도 축의금 등 경조사비의 경우 가액기준 상한에 따라 10만원까지 합법으로 인정된다.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에서도 직무관련성을 놓고 혼선이 빚어졌다. 일부 부처들은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해 국회의원과 보좌진들에 대한 3만원 이하 식사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권익위는 “피감기관은 국회의원의 직무와 직접적 이행관계가 있다”며 3만원 이하 식사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 분야에서는 직무관련성에 대한 엄격한 규정이 뜨거운 감자다. 액수가 적더라도 자녀의 성적을 평가하는 교사와 학부모 간에는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의례, 부조를 위한 금품 수수가 불법이다. 자녀의 소풍 때 학부모가 3만원 이하로 담임교사의 식사를 준비하는 행위는 청탁금지법에 저촉된다.

이에 따라 청탁금지법이 완전히 정착하기까지 사회 각 분야에서의 진통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과태료나 형사처벌 대상으로 간주됐던 행위가 사법부 판단에 의해 뒤집어지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검찰과 경찰 등 사법당국은 선제적 단속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성영훈 위원장은 “청탁금지법은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향한 중요한 출발점이자 대한민국의 청렴 역량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획기적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시행 초기에는 불편하고 낯설고 어색하며 다소간의 혼선도 있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함은 물론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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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란법, 가격인하 횟집 현수막 [연합뉴스]

김영란법, 가격인하 횟집 현수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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