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일본의 관광호황도 침체된 백화점 매출을 되살리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올해 8월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약 205만 명으로 전년비 13%나 급증했다. 그러나 일본 백화점 연합회가 집계한 올해 8월 전국 백화점 매출은 같은 시간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3월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일본은 수년간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이션 타개에 고전하고 있다. 일본의 근원 소비자 물가는 7월에 전년 동월 대비 0.5% 떨어지면서 2013년 3월 이후 가장 가파르게 하락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인 토마스 재스트자브는 “일본은행은 단기적으로 인플레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만약 일본은행이 물가가 오른다는 심리를 확산시킬 수 있다면 곧바로 소매 매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최대 백화점들은 매출 침체에 울상이다. 애널리스트 분석에 따르면 일본 최대 백화점 체인인 이세탄 미츠코시는 올해 7~9월에도 매출이 줄어 4분기 연속 감소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카시마야 백화점의 매출 역시 5월까지 3개월 간 0.3% 떨어진 데 이어 8월에도 3% 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백화점들은 싹쓸이 쇼핑으로 유명한 중국 관광객, 즉 바쿠가이 사이에서 유명한 제품들을 진열하고 외국어가 가능한 직원들을 채용하는 등 매출 살리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8월 일본을 찾은 관광객 중 1/3 이상이 중국인이다.
그러나 상황은 우호적이지 않다. 엔고 현상이 지속되고 일본 관광객들의 쇼핑 트렌드가 고가품에서 저가형 일상용품을 선호하는 쪽으로 변화 중이기 때문이다.
도쿄 소재 이세탄 백화점은 관광객들이 예전에는 시계나 가전제품 등을 주로 샀다면 최근에는 화장품, 아동복, 베개 등을 많이 사간다고 말했다. 오사카 소재 다카시마야 백화점 대변인 역시 스테인리스 보온병이나 젖병 등이 관광객들의 인기상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소비자들의 월간 면세 청구 건수는 올해 30%나 늘었지만 평균 판매액은 15% 내렸다고 전했다.
또한 엔이 강세를 보이면서 관광객들은 백화점보다 저렴하게 화장품 등을 구입할 수 있는 드럭스토어를 선호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엔은 달러 대비 19%나 오르면서 올해 선진 10개국 통화 중 가장 강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