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실향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등 한국의 분단 문제에 천착해 온 소설가 이호철씨가 별세했다. 향년 85세.
작년 6월 뇌종양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던 고인은 최근 병세가 악화해 18일 오후 7시32분 서울 은평구의 한 병원에서 가족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명을 달리했다.
고인은 60여 년간 '소시민' '서울은 만원이다' '남풍북풍' '그 겨울의 긴 계곡' '재미있는 세상' 등의 장편소설을 비롯해 '퇴역 선임하사' '무너지는 소리' '큰 산' '나상' '판문점' 등의 중·단편소설, '남녘사람 북녘사람' 등의 연작소설을 통해 민족 분단의 비극과 이산가족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왔다.
1974년엔 유신헌법 개헌 반대 서명을 주도했다가 문인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영어의 몸이 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2011년 법원의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았다.
고인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남북 분단의 비극을 사실적이고 감각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으며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대산문학상, 3·1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2004년에는 소설 남녘사람 북녘사람으로 독일 예나대의 '프리드리히 실러' 메달을 받기도 했다.
그가 '분단 작가'로 해외에 이름을 떨친 것은 그의 작품이 중국·일본·독일·프랑스·폴란드·러시아 등에서 번역·출간되면서부터다. 이후 그는 독일, 헝가리, 미국 등에 초청돼 낭독회를 여는 등 한국 분단의 현실을 '문학'으로 알렸다.
고인은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대표, 한국소설가협회 공동대표, 한국문인협회 고문,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등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조민자 씨와 딸 윤정 씨가 있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에 마련됐다. 장례는 4일장으로, 장지는 광주광역시에 있는 국립 5·18 민주묘지다. 02-2227-7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