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부 휴대폰 대리점들이 신분증 장사를 하고 있어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사진= 기사내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아주경제 김기완 기자 = "여군에 입대해 군인으로 살아가며, 애국하는게 제 꿈 이예요"
안유지양(21세)의 장래 희망은 여군에 가는 것이다. 현재도 대학에서 군사학과에 재학중이며 졸업 후, 여군에 입대할 날만을 손 꼽아 기다리고 있다.
대학에 입학하고 입학금 때문에 가족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던 유지양은 용돈이라도 벌자는 생각으로 A씨에게 주민등록증을 빌려줬다. A씨가 유지양에게 주민등록증을 빌린 이유는 휴대폰 대리점에서 근무했던 A씨가 가개통으로 실적을 올려 그에 따른 수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개통은 19세 이상 개개인의 명의로 휴대폰만 개통될 뿐,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업계에선 비일비재하게 이뤄지는 편법이다. 이렇게 개통된 휴대폰은 담당자인 A씨의 실적으로 잡혀 수당이 지급된다.
따라서, A씨는 신분증을 빌리는 조건으로 10만원을 주겠다는 광고를 sns상에 올렸고, 이를 본 유지양은 평소 아는 지인 이였던 A씨에게 10만원을 받고 신분증 복사본을 내줬다. 물론, 이 과정에서는 A씨가 유지양의 신분증을 악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적용됐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나서야 유지양은 자신의 명의로 무려 4대의 휴대폰이 개설됐고, 소액결제 등 600여만 원의 통신요금을 고지받게 됐다. 충격에 빠진 유지양은 이를 가족들에게 알렸다. A씨가 근무했던 대리점 주인에게 상황을 설명하며 유지양의 주민등록증 복사본으로 4대의 휴대폰을 개설하게 된 동기를 캐 물었고, 도용한 부분에 대해 책임질 것을 요구했지만 휴대폰 대리점 주인 B씨는 보상하겠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이였다.
유지양 부모님이 B씨에게 전활 걸어 "딸아이가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에 있다"며 하루빨리 갚아줄 것을 요구하자 계속해서 연락을 피했던 B씨는 급기야 "경찰에 고소하라"며 나몰라라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군공무원을 희망하며 여군에 입대하기 위해 준비중인 유지양에게는 당장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히면 불이익이 뒤따르기 때문에 가족들의 고민은 깊어지기만 한다. 특히, 유지양과 같이 피해를 본 사람들은 한 두명이 아니였다. 그들은 모두 적게는 수 백만원에서 많게는 수 천만원의 통신요금으로 신용불량자에 처해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현재 유지양은 경찰에 A씨와 B씨에 대한 고소장 접수를 준비중에 있다. B씨는 계속해서 연락을 피하고 있는 상태고, A씨는 군에 입대한 상태이기 때문에 법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신분을 도용한 이 같은 유사한 사례가 유지양 뿐 아니라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많은 사회 초년생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밀고 있어 규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