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PSC 삼성 갤럭시 노트7 리콜 “신제품 교환 탄력 긍정 vs. 국가별 리콜 확산 부정”

2016-09-1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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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배터리의 일부 결함이 확인된 갤럭시노트7의 전량 리콜을 결정한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소재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마련된 '갤럭시 노트7' 전담 점검 코너에서 관계자가 서비스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7’에 대한 리콜을 공식 발표해 갤럭시 노트7 사태가 국가간 통상 현안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자발적 조치로서 갤럭시 노트7이 선 출시된 한국, 미국을 포함한 10개 국가에서 기 출시된 제품에 대한 사용중단 및 신제품 교환 및 환불 등을 권고한 바 있으며, 사태 이후 출시된 중국은 물론 공식 출시가 안된 국가 정부에서도 같은 내용의 권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미 정부의 리콜 조치로 갤럭시 노트7에 대한 사용중단 요구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사용자 안전 측면에서 사고 우려가 높은 제품에 대한 수거는 탄력을 받아 19일부터 시작되는 삼성전자의 신제품 교환 절차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만, 이번 조치가 삼성 스마트폰에 대한 정부 차원의 또 다른 형태의 통상 압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CPSC 갤럭시 노트7 리콜 결정, 100만대 수준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는 15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2016년 9월 15일 이전에 판매 된 갤럭시 노트7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소비자에게 심각한 화상 위험, 과열 및 발화를 일으킬 수 있다며 리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리콜 대상은 한국과 중국에서 제조되어 미국에서 판매된 갤럭시 노트7 약 100만대 수준이다. 한국과 중국 제조라는 것은 갤럭시 노트7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를 말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총 92건의 갤럭시 노트7 배터리 과열이 발생했다는 보고서를 제출 받았으며 이들 보고서에는 26건의 발화 및 55건의 자동차와 차고 등 재산 피해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CPSC는 해당 제품을 소유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즉각 갤럭시 노트7 사용을 중단아고 전원을 끈 뒤 제품을 구매한 이동통신사, 또는 삼성전자에서 무료로 새 제품을 교환 받거나 환불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CPSC는 지난 9일 전 세계 국가 정부기관 중 가장 먼저 “갤럭시 노트7의 전원을 끄고,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고 공식 발표한 데 이어 6일 만에 전격적으로 리콜을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CPSC와 8일 미 연방항공청(FAA) 권고 직후 한국내 갤럭시 노트7 이용자들에게 사용을 중지할 것을 권고했으며, 국토교통부도 같은 내용의 권고를 내렸다. 이어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사용 중지 권고를 갤럭시 노트7이 정식 출시된 전세계 10개국으로 확대했으며, 각 국가별 정부도 갤럭시 노트7의 기내 사용 및 충전 등을 금지한다는 권고를 내렸다.

또한 사용중단 권고 대상에서 제외됐던 중국도 항공당국이 갤럭시 노트7의 기내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 화물로도 수송하지 말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중국에서 정식 발매전 판매된 갤럭시 노트7 1800대에 대한 자발적 리콜을 선언했다.

미국 정부의 공식 리콜 결정으로, 항공당국 위주의 사용중단 권고에 머물던 갤럭시 노트7 리콜은 다른 국가의 공식 리콜 결정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신제품 전량 교환 발표에도 불구하고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 안전을 위한 대책으로서 각국 정부도 리콜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진한 신제품 교환에 탄력 붙을 듯
CPSC의 결정으로 당장은 삼성전자의 브랜드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겠으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사고 우려가 있는 제품 교환 작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미주법인 삼성일렉트로닉스아메리카(SEA)는 이날 CPSC 발표 지후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를 통해 “갤럭시 노트7의 사용을 중단하고 전원을 끈 다음 즉각 교환 계획에 응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오는 21일 이전에 대부분의 판매 경로를 통해 교체를 위한 새 스마트폰이 준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팀 백스터 SEA 사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안전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자발적 리콜의 시행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CPSC와 협력하고 있으며 이는 최대한 빨리 기존 갤럭시노트 7 사용자들이 새 제품으로 교환받도록 하기 위한 일”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4일 주요 지면 언론 매체를 통해 사과광고를 내고 “고객들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사과드린다. 모든 임직원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오는 20일 오전 2시부터 무선 소프트웨어 기술을 이용해 고객들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갤럭시 노트7의 배터리를 60%까지만 충전되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갤럭시 노트7의 사용중지 권고를 듣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소비자들을 보호하고 기존 스마트폰의 빠른 교체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무선 소프트웨어 강제 업데이트 프로그램인 OTA(over-the-air) 기술을 이용, 소비자들이 배터리를 100% 충전하고 싶어도 60%까지만 충전을 제한키로 했다.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용량은 전작보다 500mAh 커진 3500mAh로, 이 중 60%만 충전하면 2100mAh가 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의 조기 교환 장려를 위해 환불 대신 새 갤럭시 노트7으로 교환하는 고객에게 통신비 일부를 지원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원 수준은 미국 시장에서 제공하는 인당 25달러, 한화로는 3만원 선으로 결정될 전망이다. 또한 추석 연휴 기간에도 서비스센터를 정상 운영하면서 갤럭시 노트7 사용자들에게 대체폰을 제공한다.

◆19일부터 25일까지 국내 교환용 40만대 준비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교환용 갤럭시 노트7 40만대 이상을 준비해 25일까지 국내에 공급할 예정이다. 발화 우려로 사용 중단 권고가 내려진 초기 생산 물량 중 국내 소비자들의 손에 들어간 기기를 대체하기에 충분한 수량이다. 초기에 생산된 갤럭시노트7을 가진 고객은 19일부터 단말기를 구입한 이동통신 또는 전자제품 매장을 방문해 배터리 문제가 해결된 새 제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교환 첫날인 19일에는 교환용 새 제품 10만대가 전국의 이동통신·전자제품 매장에 깔릴 예정이며 그 후 하루에 5만∼6만대를 추가로 공급돼 25일까지는 누적 공급 수량이 4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또 배터리 문제가 해결된 새 제품을 초기물량과 구분하기 위한 표시 방안을 나라별로 현지 규제 당국이나 통신사업자 등과 협의 중이다. 한국에서는 단말기의 배터리 잔량 표시 색깔을 변경키로 했다. 초기물량은 배터리 잔량 표시가 흰색이지만, 새 제품은 녹색이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제품 교환 일정 등을 통신사업자가 개별 고객들에게 문자메시지로 통보해 주도록 하는 방안을 통신사업자들과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충성고객 이탈 우려 “아직 없어”
삼성전자는 이번 갤럭시 노트7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 하고, 이달 말부터 재개되는 제품 판매에서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회사의 모든 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다행히 빠른 대처와 사과를 통해 갤럭시 노트를 신뢰하는 충성고객층의 이탈을 막는데는 성공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안드로이드폴리스는 지난 4일부터 네티즌 1만1621명을 대상으로 갤럭시 노트7 리콜이 삼성 브랜드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결과, 39%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삼성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에 신뢰도가 되레 더 높아졌다고 답한 네티즌은 37%에 달했다.

IT 유력 매체인 GSM아레나도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 교환을 기다릴지 아니면 다른 스마트폰(아이폰7플러스 등)으로 바꿀지에 대해 지난 주 온라인 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에 참여한 7465명의 네티즌 가운데 과반수가 넘는 63%가 갤럭시 노트7 교환을 기다리겠다고 답했다. 다른 제품을 선택하겠다고 답한 네티즌 비율은 이보다 크게 못 미치는 37%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전문 블로그인 샘모바일이 이날 실시한 설문에서도 오전 10시 현재 참여한 2144명 가운데 46%가 ‘신경쓰지 않는다. 리콜은 모든 산업에서 발생한다. 삼성에 부정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54% 가운데 ‘신뢰도가 그다지 떨어지지 않았다. 삼성의 대응 방식을 고맙게 생각한다’는 39%(844명)로, 약 90% 육박하는 네티즌들이 이번 사태에도 우호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초등 대응에는 성공했다. 이제부터는 고객들에게 한 약속을 얼마나 정확하게 지켜 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신제품 교환 발표 이후에도 갤럭시 노트7 사고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도 어느 정도 예상했을 것이다. 블랙 컨슈머의 소행일 수도 있지만,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에는 고객 지향적으로 해결하겠다는 태도를 견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온라인에는 안티 삼성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크지만 삼성전자를 신뢰하는 고객층도 그에 못지않게 탄탄하다. 그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자국기업 보호 수단 활용 가능성 우려
한편, CPSC의 이번 결정이 보호무역주의를 배경으로 한 각 국가들의 자국 산업 보호 분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불안요소다.

미국 정부기관들의 잇따른 사용중단 조치가 지난 2006년 ‘소니 배터리 리콜’ 사건이나 2009∼2010년 ‘도요타 급발진 리콜’ 사건처럼 ‘외국 기업 때리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미국 대표 기업인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가 삼성전자에 뒤쳐진 상황인 만큼, 갤럭시 노트7 사태가 애플에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미국 내에서 거세지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나 비관세장벽 활용 움직임과 미국 정부의 조치를 연관 짓는 시각도 있다. 갤럭시 노트7에 대한 미국내 일련의 제재는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두고 삼성도 소니와 도요타처럼 큰 타격을 받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소니 배터리 사태는 2006년 8월 미국의 델 컴퓨터가 400만대 이상의 자사 노트북 PC에 포함된 소니 리튬이온 배터리 팩을 리콜하면서 시작됐다.

배터리 팩에 결함이 있어 과열로 발화한 게 원인이다. 문제가 된 소니 배터리는 델뿐만 아니라 HP, 애플, 후지쓰, 레노버, 도시바 등의 노트북 PC에도 쓰였고, 이 회사들 역시 배터리 팩을 리콜해야 했다.

같은 해 10월까지 리콜 대상으로 지목된 소니 배터리 팩은 960만개에 달했고, 이로 인해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 선발주자였던 소니는 삼성SDI, LG화학, 파나소닉 등에 밀려났다. 소니는 결국 올해 7월 리튬이온전지 사업부 매각을 발표했다.

도요타 급발진 리콜은 2009년 말부터 2010년 초에 약 900만대 규모로 이뤄졌다. 당시 도요타는 급발진 문제가 페달이나 매트 등이 걸리는 ‘기계적 결함’ 탓이며 ‘전자적 결함’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삼성전자의 독주로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들은 자국 정부를 움직여 끊임없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외국기업을 견제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협의 과정을 거쳤다고 하지만 삼성전자의 자발적인 대처에도 불구하고 CPSC가 선제적으로 리콜을 결정한 것의 배경에는 사용자 안전이라는 목적 이외의 의도가 숨어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들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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