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샤프전자가 액정화면(LCD) 패널의 외주판매 전략을 추진하는 데 있어 실적이 계획에 미치지 못한 이유는 외주사업이라는 사업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샤프는 사카이 공장 가동 등을 통해 대형 LCD 패널을 다량 생산할 수 있게 되었지만, 외주판매를 위한 조직을 갖추지 못해 전략을 제대로 실행할 수 없었다. 공급사를 위한 연구개발 및 영업분야 인적 자원을 확충하는 면에서 먼저 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던 삼성전자에게 비교열위에 있었던 것이다.
기업전략 분석가인 이즈미 료스케 GF 리서치 대표는 업계 최대 시장 점유율을 갖추고 있던 D램 업체의 최고경영자(CEO)와의 면담 경험을 소개했다.
이 CEO는 료스케 대표에게 “D램도 LCD 패널과 마찬가지로 원자재 장치로 보여지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D램을 (회로상에서) 연결하는 인텔 중앙처리장치(CPU)에 최적화시키기 위해서는 인텔의 요구사항을 D램 개발과정에 포함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며, 성능이 요구조건을 충족시키면서 품질도 높다고 평가 받아야 PC세트 업체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D램이나 LCD패널은 원자재이면서 ‘사용자 정의장치’라는 것인데,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 제조업체와 미국 애플과의 사이에도 비슷한 관계로 맺어졌다고 한다. 특허와 관련한 법적 갈등이 지속되고 있지만 애플이 삼성전자로부터 아이폰용 낸드 플래시를 구매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것이다.
한편, 료스케 대표는 샤프가 LCD 패널 투자 경쟁에 뛰어든 배경에는 포로의 함정 요인 이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LCD TV 시장 초기에는 LCD 패널에서 경쟁우위를 유지하지 못하면 TV세트 업체들의 존재감도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이는 브라운관(CRT) TV 시대 당시 시장의 패권을 결정짓는 주요 요소였는데, 료스케 대표는 샤프는 브라운관(CRT) TV 시대에서 겪은 쓰라린 경험 때문에 LCD 패널 생산에 강하게 집착했다고 설명했다.
CRT TV 시대에는 화질 향상의 핵심 디바이스인 편향요크(CRT에 부착하여 CRT의 전자 빔을 좌우, 상하로 움직여 화면을 표시하기 위한 부품)나 전자총(전자관에 있어서 전자 빔을 발생시키는 전극계 부분)을 개발·양산하는 것이 최고의 부가가치였다. 이에 CRT와 완제품에 이르는 가치사슬을 수직 통합하는 것이 CRT TV 업체의 경쟁력이었다.
LCD TV도 초기에는 이러한 경험이 들어맞는 듯 했다. 당시에는 LCD 패널 공급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LCD 패널을 조달할 수 있는 업체가 TV완제품 점유율을 주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샤프는 이 시기에 자체 생산한 LCD 패널을 사용해 압도적인 세계 1위 점유율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이 CRT TV와 마찬가지로 LCD TV도 패널과 완제품까지 수직 통합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